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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불신만 키우는 주담대 '핀셋 규제'
2023-09-04 06:00:00 2023-09-04 09:15:08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주된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지목하고 '핀셋 규제'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말 대비 9조5000억원 증가했습니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지난 2분기 말 1748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조1000억원 늘었는데요. 주담대가 14조1000억원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년으로 산정하는 등 대응책을 부랴부랴 검토하고 있습니다.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던 은행들은 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선제 조치에 나섰습니다.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기 기한을 40년으로 단축하고, 가입 연령을 만 34세로 제한한 은행도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 초장기 주담대는 정부가 나서서 특례보금자리론 상품을 내놨고, 금리상승기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을 줄이겠다며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도입했는데요.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대출 문턱을 낮춘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집값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돌연 규제를 다시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금융소비자도 혼란스럽습니다. 상품 중단 예고에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대출을 받는가 하면 상품이 없어지기 전에 상담받으라는 절판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정책 대응이라면 무조건 비판할 수만은 없겠지요. 다만 정부 정책은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수립되고, 선회할 경우 시간을 줘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초장기 주담대 취급이 늘었다고 해서 그 상품에만 규제를 들이대는 '핀셋'을 꺼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주택을 찾는 수요에 따라 늘거나 주는데요.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며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섣부른 대출 제한으로 가계부채 정책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그간 추진해온 가계대출 정책 방향은 구조 개선인데요. 국내 주담대 시장이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고 판단했고,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는데 주력해왔습니다. 이자 부담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탄생한 것도 바로 초장기 주담대입니다.
 
당장 초장기 주담대가 늘었다고 해서 대출 규제를 덧대는 것은 시장의 불신만 키울 수 있습니다. 대출 조이기의 결과가 제도권 경계로 풍선효과로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증권부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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