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격변의 화학사)①LG화학, 자산효율화로 투자재원 확보 시동
지난해 CAPEX 8.5조원으로 급증…향후에도 꾸준히 자금 필요
총 투자계획만 17.5조원…여수NCC·LG엔솔 지분 매각설 '솔솔'
석유화학 시장 대응 위한 개편…스페셜티·신약개발 가속화
2023-07-11 06:00:00 2023-07-14 18:50:09
이 기사는 2023년 07월 7일 14: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산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사들이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전통 석유화학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3회에 걸쳐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화학사들의 매각 전략 등을 조명하고 신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LG화학(051910)이 사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3대 신성장 동력 사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자산이나 지분 매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충격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지분 매각을 비롯해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익산 양극재 공장 매각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화학 측은 여수 NCC와 LG엔솔 지분매각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진단사업부문은 최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완료하며 매각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잇따른 자산 매각설 배경에는 대규모의 투자비용 지출이 깔려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친환경 플라스틱과 전지소재, 신약 사업을 선정하고,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다보니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CAPEX, 자산 매각 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최근 LG화학의 자본적지출(CAPEX)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여수 NCC 증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급증과 미국의 보조금 정책 등으로 투자금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LG화학의 CAPEX는 8조4675억원으로, 전년대비 45.6%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CAPEX로 빠져나간 금액만 3조3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0% 많은 금액이다. LG엔솔의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10조원 이상의 현금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앞으로도 투자할 곳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기준 LG화학이 계획하고 있는 투자액은 총 17조5000억원으로 파악된다. LG엔솔이 다수 완성차 업체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북미 생산능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13조4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 등 전자소재에도 1조3000억원, 생명과학부문과 석유화학부문에도 각각 1조4000억원씩 투입될 예정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3~2025년 2차전지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라며 "석유화학부문의 재활용·바이오 소재, 첨단소재 부문의 양극재·분리막 등 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도 예정돼 있어 향후 투자규모는 과거 수준 대비 추가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부분의 투자 부담이 2차전지와 관련된 만큼, LG엔솔도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지난달 28일 상장 후 첫 회사채 공모를 통해 1조원을 확보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LG화학이 LG엔솔로 인해 가중되는 차입부담을 덜어냄과 동시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매각 검토설이 나오는 LG엔솔 지분가치는 약 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다만, LG엔솔 지분을 포함해 매각설이 나오는 자산 추정치를 합해도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여수 NCC설비는 4년간 2조6000억원이 투입돼 2021년 완공했다. 일각에서는 여수 NCC가 비교적 최근에 건설됐고, 정유업계들이 석유화학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3조원을 상회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익산 양극재 공장은 생산능력(CAPA)이 4000톤에 불과해 가치가 6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진단사업부문 매각금액은 약 1500억원으로 파악된다.
 
여수 NCC가 3조원에 매각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약 5조2100억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한다고 해도 최근 CAPEX 추이를 고려하면 부족한 금액이다.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6조8014원인데, 단기성차입금이 5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자체 자금을 섣불리 쓰기에도 조심스럽다.
 
차입금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자산 효율화를 먼저 추진한 뒤 필요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재무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본업' 석유화학, 고부가·친환경 위주 개편 속도 붙나…신약 부문도 관심
 
매각설이 나오는 NCC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LG화학은 기초유분 대부분을 내부에서 소비하고 있다. 나프타 기반 기초유분은 국제유가와 시장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 원가 리스크가 존재한다. 게다가 최근 중국 내 기초유분 CAPA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진홍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 사업에 대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전방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며 "2024년 이후 신증설 부담 완화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겠지만, 중국의 저성장 진입 가능성, 중국의 유화제품 자급률 상승 추세를 감안할 때 실적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최근 LG화학의 사업구조 개편 배경에는 변화하는 석유화학 시장에 대응하기 위함도 있는 셈이다. LG화학은 한참 석유화학 호황을 누리던 2021년에도 3대 신성장 동력 사업을 내세우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세웠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운 범용 기초유분 대신, 고부가제품의 스페셜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의 노후 시설을 재구축하고 있다.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고흡수성수지(SAP)는 석유화학 시장 불황에도 높은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에는 플라스틱을 녹여 기초유분으로 만들고, 다시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여기에 2차전지 도전재로 쓰일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CNT) 증설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생명과학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아베오 효과가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항암제 '포티브다'를 확보했고, 기존 사업 성과를 더해 2027년 2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삼양홀딩스(000070)와 mRNA 기반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