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로드숍 생존전략)②미샤, 디지털 전환에 가맹점 '피눈물'
국내 매장 수 매년 감소 추세…지난달 직·가맹점 286개만 운영
전년 매출 2478억원…해외사업 성과에도 팬데믹 이전 '반토막'
온라인 수익 공유 및 본사 재고 환입 사실상 중단 논란까지
2023-06-28 06:00:00 2023-06-28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09: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대표 멀티 편집숍인 CJ올리브영이 등장하면서 로드숍 브랜드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한 곳에서 뷰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에 소비자들이 멀티숍으로 움직이며 로드숍 가맹점 수는 급감하고 있다. 반면 CJ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는 올라가는 편집숍의 인기와 함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가맹점주와 갈등을 야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원스토어숍 침체에 따른 화장품 업계의 생존전략과 가맹점과 기업 간의 갈등 문제를 <IB토마토>에서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화장품 로드숍 신화를 쓴 에이블씨엔씨(078520)가 멀티브랜드 채널과 디지털 전환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이 겪는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익성 공유는 줄어든 데다 온라인 수익 공유와 재고 환입(유통기한이 지난 재고를 본사에 납품한 후 환급을 받는 정책)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재고 환입은 유통기한 등이 지나 판매가 불가능해진 재고를 본사에 반납한 후 마일리지로 돌려받는 정책이다.
 
(사진=에이블씨엔씨)
 
코로나19 확산에 가맹점 550개에서 286개로 축소
 
27일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샤의 매장 수는 286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9년 550개에 이르던 미샤 매장 수가 5년 새 48% 급감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개편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이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중심 개편과 멀티숍의 영향력 확대에 에이블씨엔씨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원스토어 매장이 위축되면서 눙크, 미샤플러스로 변모를 꾀하기도 했다. 미샤플러스는 기존 미샤 매장에 타사 제품을 추가로 입점시킨 매장이다. 최근에는 미샤플러스에서 미샤로 다시 상호를 변경해 운영되고 있다. 어퓨 등 6개 브랜드를 통합 판매하는 등 운영방식은 미샤플러스와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뒤늦은 멀티숍시장 진출로 인해 에이블씨엔씨가 자리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 멀티숍 시장에 올리브영을 필두로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올리브영은 2019년 당시 1233개의 매장을 보유하며 점유율 68%를 차지했다. 반면 라라블라는 159개, 롭스는 19개 매장만을 보유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400여개 이상이어야 규모의 경제를 창출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샤 역시 2020년까지 407개의 직·가맹점을 보유했으나, 올리브영과 온라인에 경쟁력이 밀리면서 매년 감소했다.
 
업체 측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채널이 위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매장 수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인위적인 감축은 없었다”라며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모두 중요한 판매채널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 중요한 채널”…가맹점주 한숨은 여전
 
에이블씨엔씨는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길을 찾았다. 현재 46여개 국가에서 약 5만여개의 매장에 진출해 있다. 국가별로 드럭스토어 등에 입점한 곳도 있다. 특히 일본·미국 등에서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도 지난해 절반 이상인 52.6%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0년 679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9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8억원)보다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 1분기부터는 매출액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567억원) 대비 11.29% 증가한 63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은 2019년 4222억원에서 지난해 2478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하지만 엔데믹(코로나19 풍토병화)에도 불구 여전히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국내 가맹점주들의 한숨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에이블씨엔씨가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상생협약을 체결했으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협약은 온라인 수익 공유와 가맹점 재고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에 의하면 온라인 수익을 분배한다고 해도 지급되는 돈은 최소 3000원~최대 1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화장품업체 A사가 가맹점에 마이너스(-) 수익을 배분하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화장품업계 전반에 걸쳐 가맹점 수익 공유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장품업체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재고 환입도 중단됐다.
 
한 가맹점주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분배되는 온라인 수익이 적은 데다 일부 회사는 영업손실을 분배하면서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라며 “온라인 수익 공유도 끊긴 상황에서 본사의 수익성 약화로 재고 환입도 중단된 상황이라 이것만이라도 다시 재개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예전에는 정기 환입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환입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환입 제도가 폐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온라인 수익 공유는 당시 운영 중인 눙크몰을 기반으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수익 공유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에이블씨엔씨의 공식 온라인몰은 에이블샵으로, 유통 채널 중심의 기존 온라인 플랫폼 눙크에서 자사 주력 브랜드 중심으로 전환한 멀티 브랜드 쇼핑몰로 운영되고 있다.
 
업체 측은 재고환입 중단과 관련해서는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재고완화 '중단'이 아니라 2020년경 시행한 내용이 현재 '완료'된 것"이라며 "현재도 본사는 가맹점주의 재고부담 완화를 위해 가맹점주가 매입한 제품의 유통기한이 배송일 기준 1년 미만일 경우 즉시 환입 또는 교환을 시행하며 노후 재고가 매입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블씨엔씨는 가맹점주협의회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제품·샘플 지원, 판촉물 지원 등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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