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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소비자 이해충돌시 보험사 편만 드는 금융당국
실손 손해율 하락에도 보험료는 인상
보험사기 막겠다고 나서자 의료자문 급증
2023-05-26 06:00:00 2023-05-26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의 입장에서 보험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임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금 문제 뿐만 아니라 보험료 조정과 보험사기 예방 대책 등이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 중에서도 이미 2~4세대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한 환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기준으로 실손보험금을 탈 수 있습니다. 2008년 제정된 표준약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은 실손보험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표준약관 제정 시 본인부담상한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약자들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보험사 배만 불리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인상하는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실손보험료는 지난해 평균 8.9% 인상됐습니다. 한 해 전에도 이미 평균 14.2%를 인상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실손보험료 인상은 실손보험의 손해 규모가 하락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전년(2조8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실손보험 누수의 원인으로 꼽혔던 1~2세대 실손의 손해율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세대와 2세대 실손의 손해율은 각각 113.2%, 93.2%로, 전년 대비 14.4%p, 16.2%p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손보험이 100%가 넘는 손해율을 이어오고 있지만 보험사도 무조건 적자를 보는 상황도 아닙니다. 보험사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여러 부수·겸영 업무를 허용해줬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2008년 보험업법을 개정해 보험사들이 투자자문·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기본적으로 보험사의 이익 구조는 보험료 수입이 아닌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투자수익에 기반합니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한 내용 및 각종 경비는 같아야 한다는 것이 보험의 원칙인 이유입니다.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발표한 것도 역시 도마 위에 올라 있습니다. 모범규준은 치료 근거 제출을 거부하거나 신빙성이 저하되는 경우,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경우 등에 대해 의료자문을 실시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로 인한 실손보험금 지급규모가 늘어난다고 문제를 제기한 뒤 나온 정책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의료자문의 급증과 보험금 미지급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손보사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시행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2만4805건에 달했습니다. 전년 동기(2만1862건) 대비 13.5% 증가한 것입니다.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도 2021년 하반기 1019건에서 지난해 하반기 1871건으로 83.6%나 늘었습니다.
 
김창호 인슈포럼 대표는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모범규준에 맞춰 내부지침을 세우고, 실손보험 약관에도 없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시 한 대형병원 수납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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