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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무덤' CJ바이오사이언스, 유증에 CJ제일제당 참여여부 '주목'
적자폭 확대에 650억 주주 배정 유증 결정
인수 당시 고점 대비 주가 60% 넘게 급락
최대주주 CJ제일제당, 100% 청약 시사
2023-05-25 06:00:00 2023-05-25 0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CJ제일제당(097950)이 2021년 인수한 CJ 바이오사이언스(구 천랩)가 주주를 대상으로 시가총액의 40% 규모의 유증을 발표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유증과 불어나는 적자, CJ제일제당 인수 이후에도 추락하는 주가 등 투자자 손실이 커지고 있어섭니다. 이번 유증에 CJ제일제당이 책임 경영을 위해 배정 물량의 대부분을 흡수할 지 주목됩니다.
 
적자기업 'CJ 바사', CJ제일제당 인수 후 처음 주주에게 손벌려 
 
그래프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바이오사이언스(311690)는 지난 22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보통주 323만3830주를 발행해 약 6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요. 1주당 신주배정주식수는 0.55009533주입니다. 구주주 청약 이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8월 14~16일에 일반공모청약을 진행합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최종 실권주를 잔액 인수키로 해 최종적으로 CJ 바이오사이언스의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을 전망입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이후 CJ 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지난 23일 9.79% 급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이번 유증은 CJ제일제당이 CJ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이후 처음 진행되는 주주 대상 유증입니다. 2019년 CJ제일제당은 천랩(현 CJ 바이오사이언스)을 인수하기 위해 982억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천종식 대표 등 대주주 지분과 유증으로 발행된 신주를 사들여 43.99%의 지분을 확보했죠. 현재는 43.89%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2021년 7월엔 CJ제일제당의 인수에 따른 기대가 반영되면서 110% 가까이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현재까지 CJ 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고점인 7만3000원과 비교하면 현재 하락률은 60%가 넘습니다. 주가 하락의 이유는 실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CJ 제일제당이 인수한 이후 온기 실적이 반영된 작년의 경우 매출 41억원에 영업적자 3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인수를 진행한 2021년 온기 실적인 매출 44억, 101억원 적자보다 실적이 더욱 악화된 것인데요. 올 1분기에도 7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더욱 먹구름이 드리운 듯 합니다. 실적 실망이 주가 하락을 야기했고, 악화된 재무 상황이 결국 이번 유증 결정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대규모 유증…최대주주 참여 '촉각'
 
그래픽=뉴스토마토
CJ 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 유증으로 조달하는 650억원은 현재 시가총액(1620억원)의 40% 규모로 대규모입니다. 회사 측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파이프라인 임상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CJRB-101(131억2800만원), CLP-105(59억5400만원), 4D 파이프라인 개발(185억원) 등 총 375억8200만원을 사용합니다. 이어 플랫폼 기술 68억3300만원, 기반기술 15억1100만원, 탐색연구 25억8700만원, 직원급여 등에 164억8700만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개발에 사용되는 자금은 회계상 연구개발비로 처리됩니다.
 
CJ 바이오사이언스가 자금 조달을 통해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지는데요. 관건은 최대주주인 CJ제일제당의 참여 물량이 어느 정도 될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업계에선 최대주주가 주주배정물량의 50% 이상에 참여한다면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한 상장사는 15사입니다. 각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중 최대주주가 50% 이상 유증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장사는 5사인데요. 대성창투(027830), 엔브이에이치코리아(067570) 등은 최대주주가 100% 참여 의사를 보였고 엘앤케이바이오(156100), 옴니시스템(057540)은 50% 수준으로 참여한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최대주주가 100% 참여한다면 지분 변동이 없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나머지 10개의 회사들은 최대주주가 30% 이하 수준의 참여율을 보였는데요. 최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증을 결정한 HLB(028300)는 최대주주인 진양곤 회장이 8% 가량 참여할 예정입니다. 셀바스AI(108860)의 곽민철 대표도 약 10% 정도만 참여하네요. 최대주주가 30% 이하로 유증에 참여하면 본인은 일부만 참여하면서 일반주주들에게 손을 벌린다는 뜻으로 비춰집니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최대주주 지분율도 낮아져 경영권 방어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죠.
 
CJ제일제당 "100% 청약 여력 충분하다"
 
CJ 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CJ제일제당은 43.89%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약 141만9332주를 배정받게 될 예정입니다. 최종 유증 참여 여부는 CJ제일제당의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될 계획이고요. 전량 실권을 한다면 지분은 28.31%로 떨어지고 100% 참여시 지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월 이사회가 열리지만 발행가액 확정이 8월에 예정돼 있어 일정에 맞춰 이사회 결의가 이뤄질 계획"이라며 "43.8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100% 청약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참여 여부가 결정되면 참여 규모와 자세한 사항은 발행가액 확정 후 공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CJ제일제당의 현금성 자산과 실적을 봤을 때 유증 100% 참여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올해 1분기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9377억원입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30조795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조6647억원입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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