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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자에 주파수 할당한 프랑스…1위 이통사 독점력 줄었다"
KISDI '해외 이통시장 경쟁상황 및 MVNO 현황' 보고서
신규 MNO 프리모바일 진입 후 ARPU도 감소
정부도 제4이통 유치 추진 중이지만, 나서는 사업자 없어
경쟁활성화 위해 정책적 지원 필요…MVNO도 대안
2023-05-21 12:00:00 2023-05-21 12: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규 이동통신사(제4이통) 진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고, 제4이통의 주력 주파수로 통신3사도 투자를 꺼리는 5G 28㎓로 정해져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업자는 없는 상황입니다. 
 
해외의 통신시장은 어떨까요?. 대략 10년전 프랑스에서는 통신시장의 경쟁을 위해 신규사업자 진출이 이뤄졌습니다. 신규사업자의 진출로 통신요금이 인하되고, 연쇄적으로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은 약해졌습니다. 당장 제4이통이 들어오는 것이 힘들지언정 장기적으로라도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에 견줄 수 있는 사업자를 키워 경쟁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 한 이동통신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3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로고. (사진=뉴시스)
 
신규 MNO 진입→요금 인하로 이어  
 
김민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 연구원의 '해외 이동통신시장 경쟁상황 및 MVNO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신규 이동통신사업자(MNO) 진입 국가는 15개국, 진입 사례는 19건으로 확인됩니다. 아울러 신규 MNO가 진입한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요금이 10.7~12.4%가량 낮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신규 MNO의 진입으로 통신시장 경쟁이 활발해진 사례로 꼽힙니다. 프랑스의 MNO 프리모바일(Free Mobile)은 프랑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일리아드(iliad)의 자회사로 2009년 12월 3G 면허를 획득했고, 2012년 1월 MNO로 사업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영국 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2016년 시장파괴적 사업자(disruptive firm)로 정의할 만큼 프랑스의 통신비 인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프랑스 프리모바일. (사진=프리모바일 홈페이지)
 
프랑스는 신규사업자에 주파수 할당을 추진했고, 주파수 할당, 로밍, 접속료 차등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섰습니다. 프리모바일은 정책적 지원을 받으며 월 19.99유로에 40개국 무제한 음성, 문자, 3G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을 선보였습니다. 2011~2014년 프랑스 3대 MNO 중 하나인 오랑주(Orange)의 평균 요금은 월 31.71유로, 부이그(Bouygues)의 평균 요금 30.74유로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프리모바일은 시장 진입 이후 가입자가 연평균 16.7%, 매출액은 연평균 12.9% 성장했습니다. 진입 직후인 2012년 당시 가입자 기준 점유율 6.7%, 매출액 기준 3.7% 수준이었지만, 2021년 기준 프리모바일의 가입자는 1345만명으로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19.4%에 달했습니다. 매출액은 2021년 기준 24억달러를 기록했는데, 매출 기준 점유율은 10.5% 수준입니다. 프리모바일이 성장하는 동안 프랑스 이동통신시장 내 적잖은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프리모바일이 성장한 만큼 기존의 모든 MNO의 가입자 기준,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감소한 것이죠. 특히 1위 사업자인 오랑주의 가입자 점유율이 6.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큰폭으로 낮아졌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ARPU는 평균 2.9% 인하에 그쳤지만, 프리모바일이 진입한 이후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ARPU는 평균 10.6% 인하됐습니다. 프리모바일의 요금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났고, 기존 MNO 사업자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대비 요금이 낮은 하위서비스를 선보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프랑스 ARPU의 변화. (자료=KISDI)
 
우리 정부도 추진 중인 제4이통…이번엔 성공할까
 
정부도 이러한 사례에 주목,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해 제4이통 사업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시장에 실효성 있는 경쟁 시스템 도입을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타긴 했지만, 제4이통은 앞서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방법으로 처음 제시된 바 있습니다. 다만 대기업들의 외면으로 당시 정책 추진이 중단됐고, 제4이통 유치에 나선 지금도 포화된 시장에 투자비를 들고 나서는 사업자를 찾기는 힘든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4이통 사업자 유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혁신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4이통을 발굴하려 한다"며 "이번에 혹시 신규사업자 선정이 안 되더라도 경쟁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제4이통과 같은 신규사업자 진입시 통신시장 경쟁이 활성화 되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경쟁력 있는 알뜰폰(MVNO) 사업자를 발굴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MVNO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MNO 점유율이 감소했고, 설비를 보유한 부분·완전 MVNO 사업자가 5개나 있는 독일도 MVNO 가입자 비중이 4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KISDI 연구원은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이동통신시장 경쟁상황이 개선된 것을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경쟁력 MVNO도 이동통신시장 경쟁집중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MVNO가 성장 가능한 제도적 배경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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