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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 보은성 사외이사 선임
법률대리 로펌·계열사 출신 영입
"경영진 견제 기능 전무"
2023-03-23 06:00:00 2023-03-23 08:11:19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이 경영진 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를 경영진이나 주주에 종속될 우려가 있는 인물로 선임해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회사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를 사외이사에 앉히는 등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요.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는 경영진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로펌 관계자로 선임될 경우 제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보험사들이 주주총회에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화생명(088350)은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황영기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인데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함께 아이트러스자산운용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황 내정자가 재직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2022년 4월 대법원 판결이 나왔던 한화생명과 한화생명의 위탁계약형 지점장 간 법적 분쟁에서 한화생명을 대리해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보은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는 27일 주총을 여는 미래에셋생명(085620)도 주주 회사의 법률대리를 하고 있는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 NH농협은행 은행장 출신의 이경섭 법무법인 율촌 고문입니다. 법무법인 율촌은 2022년 10월 경 미래에셋생명의 주주이자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관련 2000억원 규모의 국제중재 사건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삼성화재(000810)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선임된 김소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삼성화재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과 관련해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삼성화재를 대리했습니다. 삼성화재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소송에도 삼성생명 측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한 곳입니다. 김 이사는 대법원 대법관 출신입니다.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각 보험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이같은 인사들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연구소는 "일정 기간 내 회사의 법률대리 또는 자문계약을 맺고 있는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사람은 사외이사로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 "지배주주 측 법률대리 또는 자문계약을 체결한 로펌 등의 경우 해당 조직에 속한 자는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계열사를 돌며 장기 재직하던 인사가 사외이사가 된 경우도 독립성 검증이 필요한데요. 한화손해보험(000370)은 계열사 사외이사 경력이 있는 인사를 22일 주총서 재선임할 예정입니다. 2017년 한화에에로스페이스 사외이사를 했던 김주성 사외이사와 2019년 캐롯손해보험 사외이사를 지냈던이창우 이사입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22년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에서 계열회사나 계열공익법인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는 지배주주·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여러 계열회사를 돌며 장기재직 하는 경우는 독립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정책위원은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전문성이며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자질이 바로 독립성이다"라며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는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역할을 다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각 보험사는 지배구조공시 등에서 사외이사들은 관련법상 독립성과 전문성 등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생명 측은 "이경섭 이사는 당사의 사외이사로서 활동함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선임은 주주들이 결정할 몫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습니다.
 
독립성 논란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이번에도 재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사 사외이사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노 위원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 자격 요건은 일반적인 이사보다 엄격히 정하고는 있으나, 거래관계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거래하지 않을 경우 자격 요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넓게 허용해주는 측면이 있다"며 "법상 사외이사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적절한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독립성 우려가 있다고 지적된 보험사 사외이사 명단. (출처 = 금융감독원 공시, 그래픽 =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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