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제3자 변제안' 용납 못해…일본 '사죄·배상'해야
지난 16일 '제3자 변제안' 고리로 한일 정상회담 가져
피해자 측 "돈 받는 게 목적 아냐…일본·가해 기업 사죄·배상 있어야"
가해 기업 국내 자산 추심금 소송도 제기…"피해자의 당연한 권리"
2023-03-20 06:00:10 2023-03-20 06:00:10
 
 
[뉴스토마토 장성환·정동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한일 정상회담에서 확정하자 피해자들의 울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제3자 변제'는 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전범 기업의 사죄가 동반되지 않은 배상금은 필요 없다는 겁니다.
 
강제 징용 피해자 측은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당한 배상을 받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는 입장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이 원고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적으로 당사자 허용 안 하면 '제3자 변제' 못하게 돼 있어"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6일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로서는 이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 강제 징용 피해자 측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사죄와 함께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기업으로부터 직접 배상금을 받길 원하는데 정부가 피해자와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겁니다.
 
20여 년간 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면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낸 최봉태 변호사는 "우리 민법 제469조 1항에 따르면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못하도록 돼 있고, 2항에도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며 "게다가 현재 일본의 가해 기업들이 강제 동원 사실은 없다면서 자신들의 채무 차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제3자가 어떻게 변제할 수 있나. 법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도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싸워온 이유는 단순히 아무나 주는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받고자 함이었다"면서 "'제3자 변제'는 가해자들의 배상 책임을 완전히 면제해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돈만 주면 되는 불우한 처지의 사람 정도로 모독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고리로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자 피해자 측은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강제 징용 피해자들, 정부 '제3자 변제안' 용납 못해…추심금 소송 제기
 
특히 피해 당사자인 김성주·양금덕 할머니가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피해자들이 너무 고령이라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두고 단순히 돈 받는 게 목적이었으면 진작 이 일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자신들이 일본과 가해 기업 때문에 끌려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책임 있는 곳에서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그러셨다"고 밝혔습니다.
 
양 할머니는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대통령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면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런 돈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김 할머니와 양 할머니는 소송 대리인을 통해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강제 동원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상태입니다. 지난 15일에는 양 할머니와 고인이 된 다른 피해자 1명의 유족 6명이 가해 기업 중 한 곳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가해자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겠다는 것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가해 기업에 대한 강제 집행 절차를 밟는 건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존엄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피해자 고혈 팔아 일본에 구걸했지만 실리 못 챙겨"
 
강제 징용 피해자 측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안보와 경제를 구실로 피해자들의 고혈(膏血)을 팔아넘긴 빈손 외교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의 고혈을 팔아 일본에 구걸했지만 명분은커녕 실리조차 챙기지 못했다"면서 "이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줄기차게 투쟁해 온 피해자들의 근본적인 요구와는 무관한 것이자 문제의 본질은 덮고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힐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고리로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자 피해자 측은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7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오른쪽)·양금덕 할머니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정동진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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