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신간)"정치적 개소리는 대중 기만하는 가짜의 문제"
신간 '개소리란 무엇인가: 풍자와 기만'|김병규 지음|좋은땅 펴냄
2023-02-23 20:32:18 2023-02-23 20:32:1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법 하나 더 만든다고 사고가 안 생깁니까?'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결정권자들부터 공직의 말단직이나 작은 조직 내부에서도 누구나 이런 식으로 말할 때가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법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교통사고, 산업재해, 젠더폭력, 각종 안전사고 및 강력범죄 등이 종식될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저자는 신간 '개소리란 무엇인가: 풍자와 기만'에서 ‘사고가 하나도 안 생긴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게 눈 감추듯 삽입해 상대를 면박하는 것이야말로 "반증 불가능한 개소리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식의 화술은 타자와의 소통에 대한 ‘닫음’이고, ‘닫음’에는 우리의 선한 의지들에 대한 비하와 혐오가 담겨 있다."
 
책은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개소리의 기원, 정의, 원인, 효과 및 문제점을 역사적 단편들과 몇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개소리에 관한 문제는 기만과 혐오, 그리고 가짜(fake)에 관한 문제"라며 "정치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가 풍자들 당해야 할 당사자가 세상을 훈계하고 풍자하려 드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저자는 '정치적 개소리'의 네 특징을 동문서답, 책임전가, 아시타비, 허장성세로 구조화합니다. 
 
동문서답은 개소리의 모호성과 기만성을 포괄하면서도 뻔뻔함을 잘 드러내는 것이며, 책임전가는 개소리에 내포된 기만적 의도를 특징짓는 가장 두드러진 요인입니다. 아시타비는 자신은 명언으로 생각하지만 남들은 망언으로 여길 만한 개소리를 가리키는데 적절합니다. 허장성세는 호언장담과 호가호위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으로 "개소리의 종착역"이라 합니다.
 
특히 정치와 역사의 영역에서 살펴보아야 할 주요한 의제들이 많습니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는 대부분 떠나갔지만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한일관계, 개헌문제에 관한 개소리들은 여전히 많다"는 게 저자의 진단입니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1987년 6월 항쟁, 개헌논의 등에서 나왔던 사례들을 듭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개소리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인지부하와 책임들을 타자,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유해하고 비윤리적이라고 규정합니다. "개소리의 재활용과 유통 및 파급으로 인한 폐해와 관련해서 언론방송과 소셜미디어의 책임이 막중하건만 오히려 무신경하다. 정치적 개소리는 객관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실패한 결정권자가 대중을 부드럽게 기만하기 위해 연성화시킨 모호한 언술이다."
 
신간 '개소리란 무엇인가: 풍자와 기만'|김병규 지음|좋은땅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