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에서 너무 오래 못 본 듯싶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겨우 3년이었습니다. 2019년 개봉해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역대 흥행 순위 2위(1626만)를 기록한 ‘극한직업’ 그리고 같은 해 ‘블랙머니’. 작년 여름 개봉한 ‘외계+인’ 1부. ‘외계+인’ 1부에는 사실 몇 장면 등장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외계+인 2부에 좀 더 나온다’고 웃으며 기대해 달란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오래 동안 보지 못했던 듯싶은’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아마도 ‘미혼’에서 ‘엄마’가 돼 복귀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 이하늬 얘기입니다. 그래서 그때의 이하늬와 지금의 이하늬는 정말 다른 느낌이 강합니다. 그 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미혼’ 시절 촬영한 영화 ‘유령’ 속 이하늬가 뭔가 더 강인해 보이는 이유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우린 지금 그가 ‘엄마’란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유령’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 운동을 하던 스파이에 대한 얘기를 그립니다. 그 얘기 중심에 이하늬가 있습니다. 이하늬란 스크린의 걸출한 여걸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유령’을 봐야 할 이유 하나는 생겼습니다.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이하늬는 이미 충무로에서 중추적인 주연급 여배우로 활동 중입니다. 하지만 데뷔 이후 이 정도로 극 중심에 버티고 선 채 무게감 있는 서사를 이끌어 가는 배역을 맡아 본 적은 없었던 듯 싶었습니다. 물론 함께 하는 베테랑 동료 배우들이 많았지만 ‘유령’을 대하는 이하늬의 마음은 분명 데뷔 이후 다른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 이었답니다. 흡사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을 당한 것은 아닐까 싶은 감정이 여전히 많다고 하네요.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배우들은 직감적으로 ‘이건 내가 할 작품이다’ 또는 ‘이건 나와 인연이 아니다’를 좀 느껴요. 그런데 이번 ‘유령’은 내 의도와는 달리 날 선택해 준 것 같았어요. 배우가 배역을 연기하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보여야 하는데, 그 너머에 뭔가 있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걸 좀 더 확실하게 보여 드리고 싶은데. 이런 마음이 들 때 온 작품이 ‘유령’이었고, 그걸 고스란히 담고 있더라고요.”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이하늬가 맡은 인물 ‘박차경’은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독립군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되는 5명 중 한 사람. 우선 박차경은 어둡고 조용합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는 조선인입니다. 내면을 드러내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게 그를 ‘유령’으로 의심되게 만듭니다. 물론 이런 의심은 남은 4명에게도 동일합니다.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자세한 얘기를 할 순 없습니다. 다면 이하늬는 묘한 설명으로 ‘박차경’이란 인물을 대변했습니다.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유령’은 죽기 위해 사는 삶과 살기 위해 죽음을 피하는 삶. 그 두 가지 삶의 충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박차경은 어느 쪽이냐. 당연히 제가 언급 안해도 아실 듯하고요(웃음). 레이어가 정말 겹겹이 쌓이고 쌓인 인물이에요. 내면이 아주 깊고 어두운 인물이죠. 배우로서 그 깊이감을 표현하는 재미가 정말 좋았어요. 이런 배역은 배우라면 정말 놓치기 싫은 캐릭터에요.”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사실 이 배역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액션이었을 듯합니다. 이미 ‘극한직업’에서 액션을 소화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령’ 속 액션은 ‘극한직업’ 액션과는 결 자체가 완벽하게 다른 진짜 액션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남자 배우, 특히 설경구와 상상을 초월한 액션을 소화합니다. 남자와 남자가 부딪치는 육체적 충돌이라고 해도 ‘과격하다’고 표현할 수준의 액션을 그는 남자인 설경구와 함께 합을 이뤄 소화했습니다. 인터뷰 당일에도 이번 영화의 액션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웃었습니다.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일단 제가 ‘극한직업’ 때 절 담당해 주신 액션스쿨 여자 팀장님이 계세요. 저 그 분이랑 트레이닝하다가 3번 토했어요(웃음). 진짜 실제로 먹은 거 다 쏟아냈어요. 근데 이번에는 더 수위가 높게 트레이닝을 그 팀장님과 준비했죠. 촬영 8개월 전부터 거의 매일 했던 거 같아요. 특히 총이 진짜 무거워요. 촬영용 소품 인데도 무게가 6kg 정도 됐어요. 그 무게와 비슷하게 따로 제작해서 제가 평소에도 들고 다녔어요. 그 외에 맨몸 격투술인 크라브마가도 배워서 많이 써먹었죠(웃음)”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유령’이 개봉하고 나면 이하늬가 극중 그려내고 선보인 색다른 감정 연기에 대한 여러 해석도 이 영화를 입소문으로 이끌 흥미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정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특정 여배우들과의 미묘한 감정 교류가 색다르게 전달돼 왔습니다. 동료애를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러브 라인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물론 이런 표현은 배우의 자의적 해석도 감독의 디렉션도 아니었습니다. 오롯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감정의 해석이었다고 하네요.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어떤 부분에서는 박차경의 러브 라인을 동성애로 볼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동지애 또는 전우애로 볼 수도 있을 듯해요. 저도 동의하고. 이런 점은 제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도 아니고 감독님이 특별하게 주문하신 것도 아니에요. 그저 그 시대에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굳이 어떤 다른 감정으로 그걸 해석하기 보단 시대가 만든 애틋함 이랄까. 그 시절의 시대 정신 같은. 전 아무튼 그런 것 같아요. 보신 분들이 어떻게 해석할지 진짜 궁금하긴 해요.”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유령’에서 워낙 강렬한 액션을 선보여 ‘엄마 이하늬’ 또는 임신 당시 이하늬로 기억이 소환돼 ‘걱정’ 할 팬들이 많을 듯하다고 농담을 전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하늬는 ‘정말 그러실 분들이 좀 있을 듯 한데,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면서 ‘일단 지금 남편과 만나기도 전에 촬영한 작품이다. 당연히 임신도 하기 전에 찍은 작품이다’고 웃습니다. 이게 겨우 7개월 된 딸을 두고 이날도 인터뷰 현장에 나온 이하늬는 엄마가 된 뒤 좀 더 여유로워 진 듯하다고 웃습니다.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얼마 전에 ‘외계+인’ 2부 재촬영이 있어서 최동훈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이 ‘출산 후에 더 편해지고 여유로워졌다’라면서 칭찬인 듯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전 당연히 모르죠. 내가 뭐가 달라졌나 싶은 걸 생각하고 사는 게 아니라. 그런데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좀 내가 마음이 편해진 건 있는 듯하다’ 싶어요. 아마도 ‘엄마’란 단어가 삶에서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에 하나를 안겨줘서 그런가 봐요. 지금도 우리 딸 너무 보고 싶어요(웃음).”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유령’은 이하늬가 엄마가 된 뒤 첫 복귀작입니다. ‘혼자’였을 때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될 때 이하늬는 혼자가 아니라 세 명이 됐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그리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이 생겼습니다. 지금 하루 하루가 너무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조만간 새로운 작품도 촬영에 들어가고 또 ‘유령’이 개봉하면 당분간 극장을 찾아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가질 계획이랍니다.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처음 ‘유령’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꼭 제가 ‘배우 코스프레’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색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나름 오래 배우 생활했는데 포토월에 딱 설 때 너무 이상했어요 하하하. 이 새로운 느낌을 갖고 더 앞으로 나아가 봐야죠. 어떤 배우가 될지도 좀 더 정리를 해봐야 할 듯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삶을 녹여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열심히만 하는 배우보단 그 열심히 산 삶을 연기에 제대로 녹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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