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성인 "이학수, 금융사 이용 지배구조 총설계자…이재용 삼성생명법 반대할 이유 없다"
"삼성 지배구조에 영향 없어…재벌개혁보단 유배당보험 계약자 재산권 회복 차원"
2023-01-12 06:00:00 2023-01-12 06:00:00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이 해체된다는 주장으로 흉흉합니다. 재벌개혁에 앞장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생명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동법은 보험사 계열사의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 총자산의 3%로 제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특히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 "보험사 고객 돈을 동원해 그룹 지배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혜의 설계자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곡된 구조를 지탱한 왜곡된 정책수단이 이른바 '이학수 작품'이라는 건데요. 이 같은 비정상화의 정상화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했습니다. 전 교수는 삼성생명법이 삼성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만큼 재벌개혁 관점보단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재산권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 지배구조, '금산분리 위반' 전형적 사례"
 
-삼성생명 특혜 본질은 보험사 고객 돈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 것인데요. 한국 사회에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까. 
 
금융당국이 보험업법 취지를 왜곡해서 하위 규정으로 법 위반 상태를 뭉개주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2005년 무렵 참여정부 때 발생했습니다. 고 이건희 전 회장은 적은 돈으로 삼성 제국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 ‘남의 돈’을 이용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총수 일가→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핵심 지배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이를 만든 사람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커지면서 삼성생명의 가치가 커지고, 결국 에버랜드 내 삼성생명의 가치가 50%를 초과했습니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로 분류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 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는 등 여러 규제를 받습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금산분리 위반의 전형적 사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금융지주사를 피해 갔다. 법 기술자들이 금융지주사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습니다. (금융지주사 조건인) 금융위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가 요건이 없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에 해당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봐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금융사는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위반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몫이었습니다. 결국 노 대통령은 금융사를 이용한 이학수 전 부회장의 방안을 받아들였습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로 삼성생명 1대 주주가 이건희 전 회장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에버랜드는 금융지주사 악몽에서 영원히 벗어났습니다. 삼성생명이 걱정 없이 상장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다른 재벌이 법망을 피해 경영권을 행사했다면, 삼성은 법 자체를 유리하게 바꾸거나 이를 기망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은 어떤 존재입니까.
 
다른 재벌들은 정부가 세게 나오면 법을 지킵니다. 예를 들면 2005년 금산법 규제(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5% 한정) 당시 현대는 현대캐피탈의 INI스틸 주식을 매각했습니다. 하지만 삼성만 버텼습니다. 삼성의 전위대가 엄청납니다. 우등생이 다리 좀 떤다고 심하게 야단쳤다간 다른 학교로 전학 가버리면 어떡하냐는 식입니다.
 
-삼성그룹에서 압박하거나 로비한 적은 없습니까.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한 적은 있습니다. 진보진영 신문사에서 삼성 비판 기사를 쓰던 기자가 삼성 대관팀 관계자와 밥 먹자고 하길래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변호사인 친척을 통해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삼성생명연구소 사회공헌사업에 논의하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삼성 로비 형태를 보면 직설적으로 부탁하는 대신 간간이 연락을 이어가며 상대방이 먼저 부탁하길 기다립니다. 장충기 수첩에 나온 것처럼 ‘콘서트 입장권을 구해달라’, ‘우리 애가 어디 취업하는 데 전화 넣어달라’ 이런 식이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 깃발. (사진=뉴시스)
 
  
"경영권 끝낸 지금이 삼성생명법 통과 적기"
 
-삼성생명법이 지난 8년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삼성이 준비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안 받겠다는데 누가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만 강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 경영권 승계가 다 끝났으니 받으려면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재용 회장이 이제는 삼성생명법 통과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을 땐 받을 수 없었겠죠. 왕이 살아있는데 신하들이 세자 책봉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쓰러지면서 급하게 후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최순실(본명 최서원) 딸 정유라에게 말 세 마리 사주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승계를 완성했습니다. 이젠 이재용 회장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학수 부회장이 설계했던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재용 회장 본인에게 편한 방식으로 바꿀 여유가 생겼습니다. 여러 시나리오에 유불리는 있겠지만 처음엔 반대하는 척하다가 제일 유리한 시나리오가 나오면 결국 임하게 될 것입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세게 반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회장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문제가 되면 지배구조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1심 선고 전까지만이라도 조용히 넘어가려고 할 것입니다.
 
-삼성생명법 통과 이후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삼성 지배구조' 변화입니다. 여기엔 과도한 공포 마케팅도 있는데요.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이 해체된다는 말도 나오지만 다 헛소리입니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하는 등 시나리오는 삼성에게 조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이런 시나리오를 100개도 만들 수 있습니다. 2014년 삼성생명법이 처음 발의됐을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삼성의 긴장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미 굳어졌습니다. 삼성생명법이 삼성에 대한 파괴력이 작기 때문에 재벌개혁 방향보단 지금까지 배당을 받지 못한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자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지배적 행위, 박정희 패러다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40년 이상 팔지 않고 있어 유배당보험 계약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배당금을 못 받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2010년 상장 당시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상장 차익을 배분하지 않아서 비판받았습니다. 그래서 배당 비율을 (삼성전자 주식 매각으로) 이익 발생 시점이 아니라 상장 시점으로 고정했습니다. 그것이 회사 7 대 계약자 3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갈 돈이 상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험업법 개정은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오랫동안 부당하게 부정당한 재산권을 회복해주는 작업입니다. 또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정상화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건전하게 자산을 운용해야 할 생명보험사가 한 회사에 목숨 걸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요.
 
-삼성생명법 이후 한국 사회에 남은 재벌개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정희정부는 국가 자산을 소수에게 집중하면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처음엔 완벽한 정부의 통제 아래 있던 재벌이 어느 순간 정부를 통제하게 됐습니다. 이젠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재벌을 이용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재벌에게 세제 혜택을 줘서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등 박정희정부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경제 활동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심판을 제대로 봐야 합니다. 불공정 거래나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지배적 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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