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최종적으로 삭제된 채 고시되면서 또다시 역사 퇴행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 논쟁은 역대 정권의 이념 성향에 따라 뒤바뀌어왔다. 이명박정부에선 '건국절' 논란이, 박근혜정부에서는 '국정교과서' 논란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건국절 논란은 보수 성향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2006년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촉발됐다. 2007년 9월 정갑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보수진영은 이승만정부가 출범한 1948년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진보진영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이라고 맞섰다.
이명박정부에서 건국절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행사 명칭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치러 논란을 증폭시켰다. 건국절 논란이 가열되자 '광복'과 '건국'이라는 두 단어를 모두 집어넣은 것이다.
'정부수립 대 건국절' 논쟁으로 정치권은 요동쳤다. 같은 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55개 단체가 건국 60년 기념사업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고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역사관련 14개 학회가 건국절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각계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론 분열 조짐까지 벌어졌다. 결국 정갑윤 의원은 2008년 9월 해당 법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건국절 논란은 박근혜정부에서도 끊이질 않았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9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광복절을 '광복절 및 건국절'로 확대·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6년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발언해 건국절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난 2016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더해 박근혜정부 땐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거센 홍역을 치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청와대 5자회동에서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면서 국정화의 불가피성을 언급한 게 시발점이 됐다. 검정체제가 집필진의 편향성으로 취지가 퇴색했다는 보수 진영의 논리와 맥을 같이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에서 기술한 근현대사 부분은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서술하거나 독재정권 미화, 친일파 행적 축소 등 논란을 일으켰다. 박정희정권의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은 자세히 설명하면서 유신체제 비판은 짧게 서술하거나 친일파 행적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뭉뚱그려 기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집필진 명단과 편찬기준은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오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시각이 적잖이 반영됐고, 필진도 보수 성향의 관변 학자들이 다수 포함돼 편향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잘못 표현되는 등 수준 미달의 평가도 나왔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정부의 한국사국정화 결정을 "국민대통합의 일환"이라며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신독재로의 회귀이자 독재 미화"라며 폐기를 촉구하는 등 정치권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숱한 논란을 거듭한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단 한 곳 사용키로 한 경북 경산의 문명고에서 2017년 '연구학교 지정' 효력정지 결정이 나면서 정규 수업 교재로 쓰이지 않았다. 같은 해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했고, 19개월 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정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사라졌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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