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다가오는 운명의 날…10만 노동자 '벼랑 끝'
29일 회생안 제출 마감…아직 인수희망자 '전무'
쿠팡·공적주도·농협…나온 대안들도 현실성 희박
업계 "사회 파장 우려되지만, 연말까진 가닥 잡아야"
2025-12-23 15:14:41 2025-12-23 15:48:02
홈플러스 전경.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추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묘연합니다. 이번에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연말을 기점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이나 청산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홈플러스와 연계된 1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인 만큼 정치, 사회적인 논의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잠재적 인수자 물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다섯 차례 미룬 회생계획안 제출일 마감일(29일)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
 
홈플러스는 당초 지난 6월 전 법정관리를 끝내려 했지만, 조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계속 연장해왔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비공개 입찰에서 '공개경쟁입찰'로 방식을 바꿔 입찰자를 찾았지만, 의향서를 낸 두 기업 모두 터무니없이 규모가 작아 M&A(인수합병) 현실성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둘 중 한 곳은 부동산 개발 업체로 밝혀져 홈플러스의 부동산 매각을 노린 입찰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떠돌았습니다. 결국 지난달 26일 본입찰에 최종 입찰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재정 상황이 악화한 홈플러스는 연말까지 폐점을 보류해온 점포 가운데 서울 가양점, 장림점, 경기 일산점과 원천점, 울산 북구점 등 다섯 곳의 영업을 오는 28일 중단합니다.
 
문제는 직·간접 고용 인원이 10만명을 넘는 홈플러스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경우, 민생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여당은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에게 책임을 엄중하게 묻되 홈플러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묘책은 없습니다.
 
앞서 거론된 공공 주도 통합 회생안 추진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합니다. 공공 주도 통합은 연합자산관리회사(유암코)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무 구조를 조정하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금융지원 및 경영을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실책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데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농협 인수설 역시 힘을 잃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와 농협의 하나로마트 시너지를 염두에 둔 방안으로 한때 거론됐었지만, 농협 측은 "지금도 하나로마트가 적자"라며 인수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쿠팡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태 책임을 물어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격다짐식 책임 묻기는 유통 산업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MBK 측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는 홈플러스 회생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못한다면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청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이미 세금 체납, 월급 분할 지급이 현실화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모두를 위해 연말을 기점으로는 방향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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