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 흐름 속 1분기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전환 등으로 달러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겠지만, 주요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반기 혼조 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환시장에 원·달러 환율은 126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1188.8원)와 비교하면 75.7원이나 올랐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40원대까지 오르는 등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 환율 변동폭은 258.6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9년(447.3원) 이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 영향으로 9~10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으나, 연말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높아지고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급격히 안정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안정세가 일시적인 흐름이라고 판단, 올해 환율이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특히 1분기에는 글로벌 경기변수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면서 정점을 찍고, 하반기 점차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올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탓에 국내외 주요 기관의 원·달러 환율 전망은 1220~1410원으로 예상 범위가 넓다. SK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1410원까지 올랐다가 4분기께 1230원까지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국민은행은 1분기 1335원·4분기 255원으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상반기 1400원·하반기 1340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의 판단도 비슷하다. 대다수 상저하고 흐름을 내다보는 가운데, 상반기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1390원, 하반기 1330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상반기 1343.3원, 하반기 1295원으로 제시했으며 LG경영연구원은 각각 1325원, 1295원으로 전망했다.
해외 투자은행(IB)도 원·달러 환율이 올해 1분기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1300원, 4분기 1220원으로 전망했으며, 씨티그룹은 지난해 평균 1362원에서 1273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플레이션 정점 지연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협요인이 현실화하면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원 실장은 "올해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ECB의 긴축 전환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겠으나, 지난해의 높은 환율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작년보다 높은 1360원 수준을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 고점이 지연되고 경상수지 악화가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G경영연구원도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흐름을 반영해 상고하저의 흐름을 따르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감소세가 연중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원자재 등 수입단가 하락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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