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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잡학사전)한 살배기 아기 살린 CAR-T 치료
서울아산병원, 미세 잔존암 검사서 완전 관해 확인
2022-12-28 06:00:00 2022-12-28 06:00:00
국내 최연소 CAR-T 치료 환아 이주아 아기(가운데) 가족과 주치의인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왼쪽)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세상의 빛을 본 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한 아기가 지난해 7월 말 백혈병으로 진단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고 엄마의 조혈모세포까지 이식받았지만 야속하게도 백혈병은 재발했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남은 수명이 길어야 수개월이었다.
 
백혈병이 재발되기 몇 달 전인 올해 4월 때마침 백혈병에 혁신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 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집한 T세포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을 붙여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생후 1년 미만의 백혈병 환아에게 CAR-T 치료제를 적용한 경우가 아직 드물었지만, 아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의료진은 올해 10월 아기에게 CAR-T 치료를 시행했다. 결국 백혈병은 완전 관해되며 꺼져가던 생명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국내 최연소 CAR-T 치료 환아 이주아 아기(여, 18개월)의 이야기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CAR-T 센터는 백혈병이 재발한 만 1세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아 이주아 아기에게 올해 10월 CAR-T 치료를 시행한 결과, 골수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됐으며, 현미경으로 보기 힘든 백혈병 세포를 검사하는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도 백혈병 세포가 0%로 측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아기의 얼굴과 몸에서 푸르스름한 멍을 마주한 부모는 인터넷을 검색한 뒤 편안한 마음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 부모의 기대와 달리 의사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유했고, 그렇게 찾아갔던 큰 병원에서조차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아기는 백혈병의 한 종류인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아기가 태어난 지 불과 45일 됐을 때였다.
 
백혈병은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고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현대 의학에서 아직 알 수가 없다.
 
이주아 아기의 주치의인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먼저 항암 치료를 한 후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를 엄마로부터 아기에게 올해 1월에 이식했다.
 
이식 후 부작용은 없었지만 반 년 쯤 뒤인 올해 8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률은 약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하면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다시 시도할 수는 있지만 심각한 이식 관련 부작용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
 
당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백혈병을 치료하는 CAR-T 치료제의 보험 적용이 막 이뤄진 상황이었다. CAR-T 치료비가 수억 원에 달하다 보니 실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었는데, 치료비가 수백만원으로 줄어들면서 이주아 아기에게도 희망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유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었다. 임호준 교수팀은 만 1세 미만의 백혈병 환아에게 CAR-T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 대한 보고가 전 세계 학계에서 드물었지만 CAR-T 치료는 아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 지난 10월 아기에게 CAR-T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방향이 결정되자 서울아산병원에선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소아청소년신경과, 소아중환자실, 감염내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협력해 CAR-T 치료제 주입 후 신경계 독성, 사이토카인방출 증후군 등 아기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CAR-T 치료 한 달 후인 11월에 시행한 골수 검사와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도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임호준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했는데, CAR-T 치료가 급여화되기 전이었다면 사실상 더 이상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겠지만 다행히 CAR-T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되면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면서 "국내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5건 중 1건을 시행하면서 쌓아온 소아혈액암 치료 경험과 CAR-T센터의 다학제 클리닉을 통해 안전하게 치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CAR-T 치료로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주아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지금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아 아기 아빠 이병훈씨는 "병동에서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견뎌 준 주아에게 매우 고맙다"며 "치료 과정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는데, 주아를 위해 헌신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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