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위기 단계'…자금경색 영향
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금융불안지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2696조…부실 '경고음'
2022-12-22 15:35:32 2022-12-22 15:35:3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 10월 이후 위기 단계까지 치솟아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했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통화긴축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10월 기준 위기단계(22 이상)에 해당하는 23.6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24.7)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불안지수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을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의미다. 통상 8 이상이면 '주의', 22 이상이면 '위기' 단계로 분류한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FSI는 주의 단계를 넘어 서서히 위기 단계로 진입한 바 있다. 
 
올해 2월 6.8이었던 FSI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3월 8.9로 올라선 이후 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5월에는 13.1까지 상승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지난 10월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단숨에 23.6까지 뛰었다. 한국은행은 "금융불안지수는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일부 제약되면서 10월 위기 단계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50조원+a'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11월에는 FSI가 23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12월에는 자금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된 가운데, 회사채 발행 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FSI도 추가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불안지수 상승은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가 급등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기업어음(CP) 시장에서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졌고, 환율 변동성도 줄어들면서 앞으로 금융불안지수도 소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일부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전반적인 자금 중개 기능은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44.9로 집계됐다. 
 
하지만 FVI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추세이나, 여전히 장기 평균 36.8을 웃도는 수준이다. 때문에 한은은 △취약 가계·자영업자 및 한계기업의 부실위험 증대 가능성 △부동산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기업 재무건전성 저하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 저하 등이 현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과 맞물려 금융부문의 스트레스를 높아지고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증대됐다"며 "우선 취약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계속하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의 자구노력 유인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당국은 시장 유동성 사정 악화로 인한 국지적 자금시장 경색 발생시 금융시장별 시장안정화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또한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신용리스크가 금융기관간 연계를 통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관계 기관들은 상호 공조를 통해 리스크 조기 식별 및 초기 대응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2696조6000억원으로 명목 GDP의 125.9%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중 부동산 기업금융은 107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부동산 가격 상승, 주택공급 확대 등으로 9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어난 58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어난 116조6000억원이었다. 은행은 30조8000억원, 비은행은 109조8000억원으로 PF 부실 사태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PF유동화증권 발행도 46조8000억원으로 증권사의 PF대출시장 참여 확대로 증가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9월 말 기준 11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8% 확대됐다. PF 부실사태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으며, PF유동화증권(46조8000억원, 8.1%) 발행도 증권사의 PF대출시장 참여 확대로 증가했다. 다만 한은은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상승, 부동산경기 둔화 우려, PF 관련 신용경계감 고조 등으로 PF대출 및 유동화증권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올해 9월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3.7%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220.9%에 비해 2.8%p 상승했으며 1년 전 219.1%와 비교하면 4.6%p 올랐다. 가계부채가 1870조6000억원, 기업대출이 1722조9000억원으로 조사됐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 왼쪽부터 임호성 한은 시스템리스크팀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이종렬 부총재보, 이정욱 금융안정국장, 이대건 안정분석팀장. (사진=한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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