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동양생명 저축보험 FP채널 판매 중단
'과당경쟁 자제' 당국 개입 영향
회계제도 변화에 금리경쟁 숨고르기
2022-12-14 06:00:00 2022-12-14 13:16:33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한화생명(088350)동양생명(082640)이 이달부터 FP(설계사)채널에서 저축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보험 과열 경쟁을 자제한 금융당국의 지적이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12월부터 '한화생명 내맘 쏙 저축보험'의 FP채널(설계사 채널) 판매를 중단했다. 이 상품은 5.7%의 확정금리형으로 5년 거치 일시납 100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이 상품은 방카슈랑스로만 판매되고 있다.
 
또한 적극적으로 저축보험 경쟁에 참여해온 한화생명은 향후 금리 인상 계획도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6월 3%대에 저축보험을 출시한 후 9월에는 4.0%로, 10월에는 4.5%로, 11월에는 5.7%로 인상했다. 경쟁을 벌이던 생명보험사들이 금리를 인상한 것에 발맞춰 올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리 인상 검토 여부를 묻는 <뉴스토마토>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추가로 저축보험 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동양생명 역시 이달 중 FP채널 판매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동양생명은 5.95%의 일시납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6일부터 FP채널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생보업계의 저축보험 금리 경쟁도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보사의 저축보험 금리는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6%선을 넘기지 않고 있다. 동양생명 외에도 KDB생명이 5.95%에 판매하고 있다. 앞서 KDB생명은 6%대로 저축보험을 출시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의 제지로 인해 계획을 변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KDB생명의 사례는 금융당국의 제지가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6%선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고 6%대의 저축보험을 출시하는 보험사가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의 금리 경쟁에 대해 금융당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생보사는 저축보험이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5.8%대의 저축보험을 출시하려던 NH농협생명은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그리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해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RP는 금융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단기에 자금을 조달할 때 쓰이는 방식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보험 수요가 충분히 채워졌고 보험사들도 판매 여력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을 제지하면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도 이제 저축보험 판매량이 한풀 꺾였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저축보험 금리 경쟁의 한 요인이었던 은행의 수신금리 경쟁도 잦아들었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뒤에도 주요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다. 저축은행 역시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53%까지 올랐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3일 기준 5.48%로 다소 하락했다.
 
내년부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급여력제도가 RBC비율에서 K-ICS(킥스)로 바뀌면서 생보사들의 유동성 리스크 부담이 상쇄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4분기 실적발표까지는 RBC비율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것은 이미 킥스가 적용된 내년 초이기 때문에 RBC비율이 큰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RBC비율 산식으로는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지만 킥스는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상승기에서는 시가 평가를 해야 부채규모가 줄어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제도가 바뀐 뒤 발표되는 올해 4분기 RBC비율은 이미 과거의 수치로만 여겨질 것"이라며 "자금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이미 4분기 RBC보다 K-ICS 지표를 더 의미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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