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상민 해임안 '입장 표명 없이 거부' 가닥
'해임건의' 수용 여부에 "법적 책임 규명이 중요…수용·불수용은 오독"
2022-12-12 16:00:49 2022-12-12 16:00:49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통령실은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에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해임건의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의도적인 무시를 통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이 장관도 자신의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는데 거취 표명 계획 있나'라는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에서 따로 연락을 받았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출범했는데 소통 계획이 있나'라는 물음에도 답을 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향했다.
 
이 장관은 전날 자신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키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도 이 장관은 거취에 대해 침묵을 지켰고, 일부 참석자들이 해임건의안 의결을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대신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지원 방안과 관련한 정부 계획 보고 등을 통해 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국회에서 정부로 해임건의문이 통지된 것으로 안다"면서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이다.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에 "이것을 불수용이니 수용이니로 판단하는 것은 저희의 입장을 오독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112 신고 내용까지 소상히 밝히도록 지시했다"며 "국민과 유가족이 한 점 의혹이 없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 충분히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전날까지만해도 윤 대통령이 인사혁신처로부터 해임건의문을 받을 경우 공개 거부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별도 입장을 안 낼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받아들일지에 대해 "지금까지 대통령실 입장에 비춰보면 안 받아들일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무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전날 '휴일 본회의'를 열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한 데 대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 당시 본회의 의결 하루 만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박진 장관에 이어 이번에 이상민 장관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실로서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당시엔 '외교 참사'라는 추상적인 문제였던 반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가 연관된 이태원 참사는 158명이라는 대규모 인명피해라는 점에서 이 장관의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의 사실상 무대응 입장은 여야 대치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임안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방침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는) 책임을 방기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에 첫 책임을 묻는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윤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뜻, 국회의 뜻을 존중하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수용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2일)을 넘기면서 야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도 팽배한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새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해 "민생 앞에 여야 따로 없다"며 초당적 협력과 조속한 처리를 간곡하게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