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KT)④전환기마다 혼선 반복…지배구조 숙제
대표 교체 국면마다 되풀이된 경영 정체
제도는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승계 구조
"이번에도 넘기면 또 반복된다"
2026-01-15 16:13:39 2026-01-15 16:29:2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이탈, 최고경영자(CEO) 교체 국면이 동시에 겹친 위기 상황 속에서 KT(030200)의 경영 혼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우발적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대표이사 교체가 예고될 때마다 인사와 조직개편, 위기 대응이 동시에 멈춰 서는 KT의 고질적 병폐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5일 KT 안팎에서는 "이번 상황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CEO 연임 실패나 교체 국면에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거나, 현 대표와 차기 내정자가 공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조직 전체가 관망 상태에 빠지는 장면이 반복돼왔다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KT는 그간 여러 차례 CEO 교체 국면을 거치며 유사한 혼선을 겪어왔습니다. 남중수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재임 중 구속되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고, 이석채 전 회장 역시 연임 이후 수사 국면에 들어서며 퇴진 수순을 밟았습니다. KT는 당시 두 달가량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이 늦춰지며 회사는 상당 기간 관리 체제로 운영됐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황창규 전 회장에서 구현모 전 대표로의 전환기에는 비교적 빠른 인수인계가 이뤄졌다는 평도 나옵니다. 황 전 회장이 임원회의 등을 통해 경영 일정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구현모 대표 체제에 일찌감치 힘을 실은 영향입니다. 구현모 대표는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와 조직개편도 단행했습니다. 다만 내정자 신분이었던 구 전 대표가 확정한 임원 인사안이 기존 경영진 교체를 포함하고 있었던 만큼, 결재 과정에서 일정 시간이 소요됐다는 전언도 나옵니다. 당시 대표 권한이 완전히 이양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인사 결정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겁니다.
 
이 같은 전환기 관리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던 시기에도, 구조적 한계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정권 교체라는 외부 변수까지 겹치며, KT의 경영 시계는 다시 장기간 멈춰 섰습니다. 구 전 대표의 연임은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약 8개월간 대표 공백 체제가 이어졌습니다. 2022년 말 차기 대표 인선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도 정치권과 정부 기류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2023년 8월30일 김영섭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회사는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반복은 특정 CEO 개인의 성향이나 판단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CEO를 공개 모집 방식으로 선임하는 절차는 제도화돼 있지만, 교체기 운영 원칙과 인수인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은 CEO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을 이사회 주도로 상시 관리합니다. 차기 리더 후보군을 사전에 검증하고, CEO 교체가 예고되더라도 전환기 동안 경영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조정하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CEO 교체 과정에서 이사회가 중심이 돼 차기 리더를 조기에 공개하고, 기존 CEO와 신임 CEO 간 권한 이양 일정을 단계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AT&T 역시 CEO 승계 과정에서 이사회가 전환기 운영 원칙을 사전에 정리해, 조직개편과 주요 투자 결정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반면 KT는 CEO 선임 절차 자체는 제도화돼 있지만, 교체기 운영 원칙과 인수인계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로 인해 CEO 교체가 예고되는 순간부터 현 대표는 '법적 임기' 논리에, 차기 내정자는 '권한 부재'에 묶이면서 실질적인 경영 판단 주체가 사라지는 공백기가 반복 발생해 왔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국면에서도 조직개편과 인사가 멈춰 서고,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이탈 대응이 기존 체제 인사들에게 그대로 맡겨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T는 법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CEO 교체 국면에서는 과거 공기업 시절의 운영 관행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임기 만료 시점까지 버티는 구조, 외부 환경 변화와 맞물린 CEO 교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전환기 운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민간기업에 요구되는 기민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KT 전직 고위 임원은 "전환기에는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는 '결정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현장은 돌아가는데 위에서는 아무 결정도 내려오지 않는 상태가 반복됐다"고 회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역시 구조 개선 없이 넘어갈 경우 동일한 혼선이 거듭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차기 CEO가 내정된 상황에서 기존 CEO 체제가 인사와 조직 전환에 협조하지 않으면, 인수인계와 경영 연속성은 사실상 단절될 수밖에 없다"며 "전환기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위기는 형태만 바꿔 되풀이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CEO 승계 국면에서 인수인계 실패를 방치하는 것은 지배구조 리스크로 평가될 수 있다"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CEO 교체 때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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