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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한파에도 갈길 간다①)위기의 코인마켓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에 사활
특금법 시행 이후 고팍스 한곳만 실명계좌 발급
AML 고도화 등 보안성 확대…불투명한 가이드라인 지적 여전
KDA "금융당국이 사실상 방치…은행의 발급기준 표준화작업 필요"
2022-12-13 06:00:00 2022-12-13 06:00:00
지난 5월 루나·테라 폭락사태에 이어 최근엔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대표적 김치코인 중 하나인 위믹스의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까지, 올해 가상자산업계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냈다. 녹록지 않은 경제 환경 속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면서 업계엔 현재 유동성 위기 그림자마저 짙게 드리워진 상태다. 이처럼 크립토윈터(가상자산 혹한기)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여전히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를 꿈꾸며 언젠가 다시 찾아올 봄날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와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겨울나기 대비책과 향후 계획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 사태를 비롯해 각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코인 거래소업체들의 원화거래 재개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규제 수위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은행 실명계좌를 준비하는 중소형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AML(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강화 등을 앞세워 꾸준히 은행권과 협상을 이어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프로비트 도현수 대표, 지닥 한승환 대표, 코어닥스 임요송 대표 등 참석자들이 윤재옥 정무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부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가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만 원화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특금법 시행 이후로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현재까지 고팍스가 유일하다. 
 
올해 1월 FIU(금융정보분석원) 조사 기준으로 캐셔레스트, 플라이빗, 지닥, 비둘기지갑, 프로비트, 포블게이트, 후오비코리아, 코어닥스, 플랫타익스체인지, 한빗코 등 22개 업체들이 아직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들 업체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통해 구매하는 C2C(코인간 거래) 방식으로 마켓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다수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은행 심사 요건을 맞추고자 안전성, 보안성 등에 대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다. 그러나 워낙 은행의 요구가 높다보니 AML 등 시스템의 고도화 및 재점검에 나서면서 계속해서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다수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자금세탁방지 컨설팅 및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파트너십을 늘리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셔레스트는 최근 독립적 감사 의무 이행을 위해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하고 감사계약을 체결했다. 프로비트는 가상자산 상장 심사시 상장위원회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최소 2명 또는 30% 이상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 코어닥스는 대표이사와 준법감시인, 금융업계,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자체 시장감시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투자자보호센터인 '투자자 지킴이'를 출시했다. 포블게이트는 투자자 보호 일환으로 분기별로 꾸준히 가상자산 실사 보고서를 공개해오고 있다. 지닥은 최근 금융사 전문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 현행 법규에 맞춰 법인 고객 확인 정책 및 프로세스를 강화한 기업 대상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현재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 수익성 실현과 안전성·보안성 확보를 동시에 해나가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수익 실현 측면에선 상장 코인 개수를 늘리는 등 수수료 수익을 노려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와 은행들의 깐깐한 심사 등을 만족시키려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코인마켓 거래소들 사이에선 원화마켓 대비 규제의 잣대가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심사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어 더욱 불리한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이든, 금융당국이든 가이드라인을 주면 실명계좌를 준비가 훨씬 수월할텐데, 여전히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막막함이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AML 등에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보안성을 강화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확보에 대해선 "코인 갯수는 양날의 검과 같다"면서 "코인 상장을 많이 하게 되면 실명계좌 확보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부담이 되서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최근 지닥은 실명계좌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유통량 논란이 된 위믹스를 상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지닥 측은 위믹스가 심의사실을 개선한 데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실명계좌는 포기하고 수익실현에 더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상자산전문통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오전 12시 기준 지닥의 거래량은 15억7866만원으로 전일대비 무려 82.97%나 올랐다. 위믹스 상장 효과가 거래량 상승의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위믹스 가격도 지난 8일 상장 당시 200원대에서 12일 기준 3배 이상 오른 610원대(0.00002680BTC)다. 지닥 측은 "소명 자료 및 기술적 검토를 모두 하고 신중하게 고민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그동안 실명계좌 준비도 잘 해온 만큼 금융당국, 은행권 등에서 (상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은행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이 해소돼지 않아 현재까지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FIU(금융정보분석원) 측은 현재 실명계좌 발급은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 간 사적 계약으로 보고, 은행에 책임을 위임하면서 개입하지 않고 있다.
 
다수 코인마켓 사업자가 가입돼있는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은행 실명계좌에 대한 발급기준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자금세탁 방지 등과 같은 필수적 역할은 정부가 맡고, 나머지 부분은 은행들이 원칙에 입각해 자율적으로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성후 KDA 회장은 "금융당국은 법적 필수사항을 반영하도록 통보하고, 그 외 사항은 은행에 맡기되, 은행이 종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개적 절차에 의해 거래소에 대한 신청 접수, 심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게 행정지도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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