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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다시 밟으려는 북…출구 못 찾는 한미일 삼각축
한미일 북핵대표, 12~13일 대북제재 논의 전망…'추가 제재' 실효성 의문
'핵군축 협상' 보다 '6자회담' 주목…"중국 통해 대북 설득·압박 중요"
2022-12-09 16:02:18 2022-12-09 16:02:18
지난 6월3일 후나코시 다케히로(왼쪽부터)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공에 이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레드라인(한계선)을 다시 밟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이 오는 12일 만나 추가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해법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대북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보다는 중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남·북·미·중·러·일)을 통해 일단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는 12~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지게 된다. 이들은 이번 협의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 등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미일 3국의 추가 대북 제재 방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아무런 실효적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따라 한미일 삼각축은 추가 대북 제재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일은 지난 2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유엔 대북제재 회피 등에 관여한 개인과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독자제재를 동시에 발표했다.
 
하지만 추가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미 남북 간 거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2010년 5·24 조치 등 국내외의 다양한 대북 제재로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한미일에 맞서 북중러가 더욱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한미일의 잇따른 대북 제재 발표는 실효성보다도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서 제재하고 압박한 결과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고,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며 "반면에 6자회담이나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시에는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이 더욱 더 완화되고 한반도 긴장도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 해답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대화 속에 해법이 있고, 대결 속에 해악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지금은 2017년도에 강화된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웬만한 제재 수단들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실질적 해법으로 북한과 미국이 핵군축 (핵무기 군비축소)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어렵다면 핵 보유를 인정하고, 일단 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 고조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의 (대북)정책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결코 (미국의)정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총괄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야만 군축 협상이 가능한 것인데 미국이 그건 (인정) 못 해준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군축 협상을 제안할 수 없고, 미국이 (군축 협상을) 제안 못하면 일본이 제안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 더더욱 꿈도 못 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군축 협상의) 주도권은 북한이 행사할 것"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핵실험을 7차, 8차로 이어가면서 (핵무기가) 소형화·경량화됐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군축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 전 장관은 '6자회담 시즌2'를 해법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이 먼저 '6자회담 시즌2'를 제안해야 한다"며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논의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거기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식의 제안을 우리가 해야 한다. 그럴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을 억제할 수 있는 지렛대를 그나마 갖고 있는 데가 중국이라고 봐야 한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설득·압박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미일과 중국 간의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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