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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년 성장률 1%대로 낮춰…"경기 부진 지속"(종합)
기존 2.1%→1.7%로 하향조정…수출·소비·투자 위축 영향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7%→3.6%로 낮춰
2022-11-24 15:09:07 2022-11-24 15:32:0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도 위축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성장세도 약화하면서 저성장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 2.1%보다 0.4%p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수치는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국내 경제는 주요국 경기 동반 부진 등으로 잠재 수준(2%)을 하회하는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상반기 1.3%, 하반기 2.1%를 기록해 상저하고의 경제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수치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 2.3%, 국제통화기금(IMF) 2.0%, 신용평가회사 피치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한국개발연구원(KDI) 1.8% 등 대부분 기관보다 낮고 한국금융연구원 1.7%와 동일하다.
 
앞서 국내 경제가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네 차례의 위기 뿐이었다. 지난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 때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한은은 내년 우리 경제가 민간소비의 경우 펜트업 현상(억눌렸던 소비 폭발 현상)이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금리 상승, 구매력 저하 등으로 그 속도는 차츰 완만해질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높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둔화, 사회간접자본 예산 감소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증가세 둔화흐름이 이어지다가 내년 하반기 이후 중국 및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면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성장 경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국내외 금융불안 심화, 높은 에너지 가격 지속,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꼽았다. 성장 경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변수로는 주요국 통화긴축 완화,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조기 중단, 소비 회복세 지속 등을 지목했다.
 
다만 한은은 내년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후년 2024년 경제성장률은 2.3%로 제시하며 다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3.7%)와 비교하면 0.1%p 낮은 수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5.2%에서 5.1%로 하향 조정했으며, 2024년 물가상승률은 2.5%로 제시했다. 김 국장은 "내년에는 경기 둔화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전망 수준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와 내년 각각 250억달러, 280억달러로 전망했다. 올해 경상수지 전망의 경우 기존 37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 국장은 "올해 경상수지는 상품수지가 원자재 수입 급증 등으로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감소했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수출 부진 완화, 수입 감소세로 흑자폭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각각 82만명과 9만명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3.0%, 3.4%로 전망했다. 이는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 등으로 올해는 큰 폭 증가하는 반면, 내년에는 경기둔화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면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 세계가 다 어려울 때 우리만 별도로 높은 성장률과 낮은 물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하며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7%로 낮아져서 걱정이지만 미국 성장률은 0.3%, 유럽은 -0.2%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률 하향폭의 90% 이상은 대외 주요국 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대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왼쪽부터 김민식 국제무역팀장,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경제전망 설명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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