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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한 ‘라임 몸통’ 3인방, 어디로 갔나
'라임사태' 발생 3년여만에 핵심들 모두 도주
김영홍·이인광 해외로…김봉현, 아직 국내 있는 듯
법조계 "김영홍·이인광도 현상수배 해야…신병 확보 시급"
2022-11-22 06:00:00 2022-11-22 11:53:08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1조7000억원 규모의 ‘라임 사태’가 발생한지 3년여가 지났다. ‘라임 사태’ 몸통으로 알려진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이인광 에스모 회장에 이어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마저 자취를 감췄다.
 
이들 모두 출국 금지된 상태로 최근까지 출국 기록이 나오지 않아 밀입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영홍 회장과 이인광 회장은 이미 해외로 도주한지 오래고, 김봉현 전 회장은 아직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봉현, 국내 체류 가능성…자금력이 관건 
 
라임 사태 핵심인물 관계도. (그래픽=뉴스토마토)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 전 회장뿐 아니라 그의 도주를 도울 만한 측근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내렸다. 해경은 서해와 남해안 주요 항구 등을 중심으로 검문·검색을 강화, 실시 중이다.
 
아직까지 김 전 회장이 출국을 시도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배를 통한 중국·동남아 등 밀항설과 사망설까지 제기됐지만 그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말에도 도피 행각을 벌이다 5개월 만인 2020년 4월 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서 붙잡혔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은신처를 성북구로 옮기기 전 A씨의 도움을 받아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A씨는 이인광 에스모 회장과 오랜 기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함께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번에도 A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A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A씨는 검찰에 최근 김 전 회장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결심공판을 한 시간여 앞둔 지난 11일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추적 위치장치(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그는 잠적 직전까지 조카와 함께 있었다. 조카와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꿔 끼우고, 팔당대교까지 조카 소유 차량을 몰고 가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놓는 등 단서가 될 만한 흔적들을 지웠다.
 
법조계에선 김 전 회장의 이번 도주가 계획적이지 않고 우발적인 행동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해외로 도주해 오랜 기간 은신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췄는지 알 수 없으나, 만일 국내에 있다면 수개월 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일 김 전 회장이 이미 밀항에 성공했다면 3년여 간 김영홍 회장과 이인광 회장을 잡지 못한 수사기관은 또 다시 검거 ‘골든타임’을 놓치고, 앞으로 남은 피해자 구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자들은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김 전 회장 조카의 경우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에 해당돼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만일 김 전 회장이 전자발찌를 끊어내던 당시 함께 있었다면 ‘공용물 손상·손괴죄’ 등 공범으로 볼 수 있다”며 “또 검찰에 거짓 진술을 하거나 했다면 이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홍, 신분세탁 가능성…주변인들 줄줄이 검거
 
김 전 회장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한 김영홍 회장은 3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김 회장은 국내 부동산 개발 등 명목으로 라임 펀드 투자자 자금 3500억원 가량을 자신이 소유한 메트로폴리탄 계열사들에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라임 사태를 둘러싼 정관계 인사 등과 깊게 연계된 인물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에게 우리은행 라임 펀드 재판매를 청탁한 혐의도 있다.
 
그는 2015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도박 및 환치기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이 운영했던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흘러들어간 회사다. 라임이 투자했던 파티게임즈·바이오빌·폴루스바이오팜 등 800억원 규모 부실 전환사채(CB)를 되사준 곳이기도 하다.
 
2019년 11월에는 라임 투자자 자금으로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사들이려 했다가 라임 환매 중단 사태 등과 맞물려 인수 계획이 틀어졌다. 이후 이종필 전 부사장의 제안을 받고 이듬해 초 라임 자금으로 향군상조회를 인수하게 됐다는 게 김 전 회장 측 주장이다. 이때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며 김 전 회장의 범행이 낱낱이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은 자신이 아닌 김 회장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자신은 라임 사태의 이른바 ‘설거지’ 작업을 했을 뿐 라임 진짜 ‘전주’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도피 자금처는 필리핀 세부 이슬라리조트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김 회장을 오랜 기간 추적해온 채권추심 전문 백왕기 변호사는 “김 회장이 필리핀 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는 있다”면서도 “필리핀의 경우 출입국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지명수배가 돼 있는 자들 중 다른 나라로 출입국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김영홍도 실제로 필리핀에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해외 도주 기간이 길어지면 김 회장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만일 그런 경우 은닉 자금도 다 날아갈 수 있다”며 “최근 검찰에서 김봉현 (일부) 은닉 재산을 동결 조치한 것처럼 김 회장 은닉 자금에 대한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일단 지금으로선 김영홍 신변을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국적은 한국인이 아니다. 어느 국적 신분으로 바꾼 것인지는 밝혀진 바 없으나 중국인으로 세탁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인광 베트남설…배타고 밀입국 가능성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이인광 회장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이 회장의 행방은 김영홍 회장보다도 알려진 게 없다.

이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에스모 등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들을 인수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2000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 투자자 자금이 투입됐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검찰 수사에 응하기 위해 제주도에 들어왔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베트남 등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 출신인 백 변호사는 “밀항이라는 게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문 밀항꾼을 접하거나 엄청나게 어려운 게 아니다. 한국의 고기잡이배, 해외물건들을 싣는 배 등에 올라타서 조용히 인근 국가로 넘어가는 식”이라며 “수사기관은 이들에 대한 적색 수배 정도가 아니라 현상수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라임 펀드 판매사에 대한 수사에도 힘이 실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라임 사태 피해자를 대리한 김정철 변호사는 “대신증권,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예금 고객을 상대로 라임 펀드를 팔았고, 위험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도 2개월 가량 상품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리스크를 먼저 인지한 게 아니라 예약 물량은 미리 예약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판매를) 진행한 것이고,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은 당시 우리은행에서 판매하던 라임 펀드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라임 몸통) 3인방을 꼭 찾아야 한다”며 “그간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3인방이 누구누구에게 로비를 했는지, 공범들과 어떤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라임 사건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이인광 에스모 회장. (사진=서울남부지검, 제보자, 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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