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이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자금시장의 막힌 돈줄을 뚫기 위해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 등을 포함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일단 유동성 공급에는 숨통이 틔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원 시한이 3개월밖에 안 되는 단기 방책인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27일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추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매입도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단기 금융시장 지원책을 내놨다. 적용 기간은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이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주는 담보물이다. 현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각종 한은 대출과 관련한 담보증권에 국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까지 한시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맞추기 위해 앞다퉈 높은 금리에 은행채를 발행하면서 은행으로 유동성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과 국공채 등 고유동 자산의 비율로 뱅크런 등 단기간 예금이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다. 앞서 금융위원회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은행 통합 LCR 규제 비율 정상화 조치를 6개월간 유예한 바 있다.
한은은 이 같은 조치로 국내 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고유동성 자산 확보 가능 규모가 최대 29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한은에 은행채 등으로 담보를 납입해 확보하게 되는 국채, 통안채 등을 통해 유동성 규제비율 준수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장외외환파생거래 증거금 추가 납입 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한은의 조치로 일단 유동성 확보에는 숨통이 틔였다는 평가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적격담보증권으로 한은에 예치해 놓았던 국고채, 통안채 등을 은행채로 전환할 수 있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3개월간 '한시적' 운영에 그치면서 은행권에서도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LCR 규제 완화 기간이 6개월인 반면, 은행채 적격담보증권 포함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면서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3개월 뒤에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되는 조치가 종료되면 은행들은 결국 담보교체한 은행채를 다시 국채로 바꿔야 해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포함시키는 조치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반면, 기존 금융당국 조치로 LCR 비율 정상화가 6개월 이연돼 실효성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50조원 규모의 자금시장 지원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경색 국면을 진정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며 "한은의 RP 매입이나 적격담보증권으로 은행채 등이 포함된 대책은 현재 시중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3개월 단기여서 연말, 연초까진 한시적으로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령 이후 현재 은행권은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C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1년물 이상의 은행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최근 장기물 채권에 대한 시장 수요가 없어 지난달 27일 이전부터는 발행 실적은 없다"며 "지난달 20일 금융위 간담회 및 LCR 정상화 6개월 유예 조치 이후 은행권에서는 발행이 사실상 중단한 상태로, 한국은행 조치 전후 은행채 발행액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한 시장안정화 조치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이혜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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