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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PI 충격파…"국내 부동산 시장 냉각기 장기화 불가피"
美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내달 '자이언트 스텝' 단행 유력시
한은 제시한 최종 기준금리는 3.5%…상향 수정될 수도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기에 추가 금리 인상 더해지는 형국
"지역별 양극화 극심화 전망…미국 금리 인상 마무리 시점이 관건"
2022-10-17 06:00:00 2022-10-17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예상을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뜩이나 냉각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자국 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지속되면서,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단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을 사상 두 번째로 단행하면서, 이미 주택 시장의 피로도는 한껏 높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미 연준의 보폭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하는 한은 입장으로서는 국내 통화 정책의 긴축 모드를 계속 지속할 수밖에 없어,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의 냉각기 역시 장기화할 전망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8.1%)를 소폭 상회한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은 당장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미국 정책 금리 상승, 국내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 장기적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CPI 발표로 내달 예고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가 한 번에 0.75%포인트 오르는 '자이언트 스텝' 단행도 더 유력해졌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인플레이션 정점이 멀었다는 의견이 팽배해지면서 내달은 물론이고, 12월, 그리고 내년 초까지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문제는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고금리 기조 역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이미 연준과 독립돼 있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연준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직이다.
 
이 총재가 다수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빌어 최종 기준금리가 3.5%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지만, 미국 물가 급등이 예상 밖으로 오래 지속될 경우 이 목표치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시행할 경우 한은으로서는 이에 버금가는 빅 스텝 과정을 다시 한번 밟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미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한다.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 양상이 심화하며 집값이 하락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를 기록하며 전주(-0.2%) 대비 낙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던 서울은 같은 기간 -0.22%를 기록하며 지난 주(-0.2%)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20주 연속 하락이며, 2012년 8월 27일(-0.22%) 조사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내림세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든데다 내달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며 주택담보대출의 상단이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서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이 국내 부동산 시장 전반의 매수심리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금리 상승 국면 본격화와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며 거래 자체가 단절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이자 부담을 체감하는 젊은 수요층의 실망 매물 출회까지 겹치면 주택시장 시장 냉각기는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등이 우리나라 금리 인상 지속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금 국내 부동산 시장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이 작년까지는 올해와 상반된 양상을 보이며 과열됐기에,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대출에 나선 경우가 많고 그만큼 고통을 호소하는 계층도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부동산 시장의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든 상태에서 추후 예고된 연쇄적인 금리 인상 흐름이 더해질 경우, 이 같은 조정기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확실한 지역을 중심으로만 거래에 나서는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지역 간 양극화는 극심해지기 마련"이라며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로 무리하게 주택 매매에 나선 젊은 계층의 고통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 공동대표는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원론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냉철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지속되는 금리 인상에도 소기의 목적만큼 물가 안정이 이뤄지지 않을 시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대해 재검토할 시점도 오리라 생각한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돼야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그나마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예상을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뜩이나 냉각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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