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겠다는 명분이지만,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로 곱히는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은 12일 '데이터경제와 지속가능보험'을 주제로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보험업의 데이터 결합·활용과 시사점' 강연에서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의 장점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헬스케어 사업 등 상업적 목적의 연구에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의 명분으로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가 자주 거론된다. 보험업권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를 추진해 보험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받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 개정안이 처리될 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실제로는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사가 활용할 경우 쓰이는 곳은 헬스케어 서비스와 같은 수익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연구위원은 보험업권이 공공의료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유로 △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 고도화 △신체사고 발병률, 사망률, 입원률 예측 △단일체계 국민건강보험 제도로 전 국민의 양질의 데이터 축적 등을 꼽았다.
특히 데이터 3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를 요구했다. 데이터 3법 개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정보통신망법 개정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칭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개발, 산업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연구, 시장조사, 상업 목적의 통계작성, 공익 기록보존 등을 위해서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부 개인정보의 경우 해당자의 동의 없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을 허용했다.
박 연구위원은 "보험업권이 관심을 갖는 의료데이터의 경우 가이드라인에서 상업적 목적의 연구가 과학적 연구에 포함되기도 하면서 보험업이 외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가 민간 영역의 헬스케어 사업 발전을 위해 의료데이터의 빗장을 풀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개인의 의료 정보 등 민감 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개인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에 지장이 될 수 있는 정보 공개와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는 개인정보 등은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로선 공익 목적으로만 활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의료정보를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활용한 사례도 발각돼 우려를 더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민간보험사의 공공데이터 활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10곳의 보험사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 간 685만건의 개인 의료정보를 받아갔다. 이들 중 개인 의료정보 열람 목적을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로 명시한 곳이 있었다.
최 의원은 "국민건강권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데이터를 일부 민간에 개방했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이용됐다"며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수납 창구에서 시민들이 수납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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