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서명석 유안타증권 선임고문(전 사장)이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도전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남들과는 다른 철학’, ‘할 말을 하는 리더십’, ‘위기를 기회로’, ‘대표적인 낙관론자’ 37년간 증권업계에서 살아남으면서 서 고문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동양사태로 쇠락의 길을 걷던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을 일으키고 모두가 ‘No’라고 외치던 순간에도 ‘Yes’를 외치며 조금은 다른 길을 선택했던 그다. 이제는 위기의 금융투자업계를 살리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2008년 금융위기 만큼 어려워진 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 국민과 경제, 기업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한 서 고문은 금융투자협회장이 된다면 옵티머스 사태 이후 업계를 옥죄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본주의에 핵심인 자본과 기업, 자금조달이라는 기본 사이클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그가 강조한 정책으로는 △가상자산 제도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BDC △자본시장 성숙화 등을 내걸었다. <뉴스토마토>는 여의도 유안타증권 본사에서 서 고문을 만나 금투협 회장 선거를 위한 공약, 국내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 등의 시장 상황,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선임고문이 뉴스토마토와 만나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출마에 대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말하게 된 계기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증권사 사장을 7년간 역임했던 기간 동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살았다. 미국도 지난 100년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뒤에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정책 당국으로부터 존경받는 금융투자업이 돼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K-팝, K-컬쳐에 이어 K-금융산업·자본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양사태 당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인수합병(M&A) 딜을 성공시켰다. 대한민국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중심이 돼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정책을 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장이 된다면 자본시장을 위해 할 말을 하는, 리더십을 가지고 이를 모두 이뤄내겠다.
지금의 시장 상황이 어렵게 느껴진다.
극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은 코로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에 인류 역사상 이런 인플레이션은 없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기에 맞게 풀렸던 자금을 회수했으면 지금의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만나면서 자금(돈)을 역대급으로 시장에 풀었다. 최근 1년 사이에 금리가 발작적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금방 후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장에 풀린 자금이 정리가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 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2년간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버블이 해소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코로나를 같이 겪었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빠지는 것 같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는 5배 이상 올랐다. 2008년 다우가 6000선까지 떨어졌고 지금은 최근 하락세를 감안해도 약 3만선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년 전 지수다. 전 세계증시가 10년간 더 큰 성장을 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만 성장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주식형 수익률 악화와 사모펀드 사태 등도 이같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시장의 핵심인 자본과 기업의 자금조달, 개인의 투자상품을 통한 수익 배분 등 연결 고리가 제대로 작동만 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여지가 많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갖춰야 한다. 카카오페이의 경영진이 상장 이후 스톡옵션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아무리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할지라도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러한 행동을 했겠는가. 거기서 촉발된 문제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 등 그룹사 전체가 떨어지고 네이버도 내렸다. 개인들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비윤리적 행동들이 자본시장에서 다수 발생했다. 기존 대주주의 이득을 위해 물적분할과 재상장, 인적분할 등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사용됐다. 기업이 사회와 전체 주주를 위한 공헌이 아닌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한다면 100년 후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 버블이 끝난 후에 시장은 엄청난 격동기를 겪을 것이다. 선두가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통산 직선거리에서는 선두가 바뀌진 못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인 코너를 돌 때는 주도권이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금투업계가 추진하는 ATS와 BDC에 대한 의견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해주는 통로를 유통시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역할이 중요하다. 빌려줬던 자금을 자연스럽게 ETF(상장지수펀드)처럼 거래가 되게 하고, 벤처기업은 평가를 받아 유통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를 해야 시장이 커지게 된다.
또한, 가상자산을 대체거래소(ATS)로 편입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투자성 있는 금융투자상품, 자본시장법에 따라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가상자산을 제도화시키는 것에 논란이 많은데, 그간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전례를 만들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모두가 파트너다. 우수한 집단들이 함께 모여 가상자산이 증권업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투자업 참여자에게.
금융투자는 규제가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다. 옵티머스 사태 이후 규제가 늘어났는데, 이는 시스템 문제가 아닌 개별적 관련자들의 일탈에 의한 사기 사건이다. 이들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시스템 전체를 건드린 측면이 있다. 금융투자상품은 투자성이 있는 것이고 결국 위험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금융투자상품은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는 데 규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상품 출시에 제약이 생겨버렸다.
금융투자협회장이 된다면 정책 당국과 함께 자본시장의 미래를 그려나가겠다. 자본시장이 잘 서야 미래가 있다. 그동안 센터장과 사장 등 현직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 금융투자업, 자본시장이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금융투자협회가 앞장서 나아갈 수 있도록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
아울러 앞으로의 자본시장은 자산운용업계가 이끌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은행, 증권사, 운용사 순이었지만 선진국화되면서 저축이 아닌 투자의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자산운용업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규제를 풀어 높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선임고문. (사진=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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