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며 재무구조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부진과 분양 지연으로 현금 흐름이 둔화한 상황에서,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어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GS건설(006360)은 지난 17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3분기 말 기준 GS건설의 부채비율은 약 240%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번 조달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쓰이며, 부채비율은 227%대로 낮추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롯데건설은 최근 총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이번 발행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각각 4000억원과 3000억원에 대해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며, 롯데건설 단독 신용이 아닌 계열사 지원을 전제로 한 구조로 자금 조달이 이뤄집니다. 발행이 완료되면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214%에서 17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HL디앤아이한라도 지난 9월 8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해 재무지표 개선에 나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305%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63%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서울 시내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 관리에는 유리하지만,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아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이 수단을 택하는 것은 기존 회사채나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미매각을 경험하며 시장의 냉랭한 시선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GS건설(240%), 대우건설(229%), 현대엔지니어링(220%), SK에코플랜트(219%), 롯데건설(214%) 등 5곳입니다. 통상 부채비율 200% 초과는 재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사업 환경 악화가 있습니다. 높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로 주택 분양이 지연되면서 현금 유입이 줄었으며, 공사 안전 관리 강화로 공사비 부담도 늘었습니다.
내년 건설 경기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주택 시장 회복세가 더디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남아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소폭 나아질 수 있지만 본격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건설사들이 지난해와 재작년에 유입됐던 분양 대금이 줄어들면서 현금 여력이 빠듯해졌다”며 “대출 규제와 분양 여건 악화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내년이 올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수 있지만, 공사비 부담과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이 지속되는 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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