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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굴욕·막말 순방에 윤 대통령 '한숨만'
윤 대통령, 부담만 안은 채 귀국길…지지율도 다시 20%대로
2022-09-23 15:35:46 2022-09-23 16:54:41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조문 불발을 시작으로 막말 논란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이번 순방을 "빈손·굴욕·막말 외교"로 규정, 외교라인의 전면적 교체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한숨'만 가득 안은 채 국내 현안을 마주하게 됐다. 눈 앞에는,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이 XX들"이라고 욕한 제1당, 민주당이 있다.  
 
순방 일정은 첫 날부터 삐거덕댔다. 윤 대통령은 영국 도착 첫 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안치됐던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려 했지만, 현지 교통 사정으로 무산됐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19일 장례식에 참석한 뒤에야 조문록을 작성했다. 이를 두고 해외 각 국 정상과 비교되면서 '결례'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비서관은 "조문은 일종의 패키지인데 윤 대통령은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주목되던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빈 손이었다. 미국 뉴욕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기시다 일본 총리와 '30분 약식회담'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나눴다. 확정됐다던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됐고, 윤 대통령은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초대돼 바이든 대통령과 짧게 환담을 나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기대를 모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과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한 약속도 받지 못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정식 회담이 아닌 48초 환담에 그친 것을 두고 "일종의 '플랜B'를 작동한 것"이라며 "두 정상이 만난 시간의 총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일정을 이유로 뉴욕 체류 기간을 단축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게 되자 차선책을 택했다는 주장으로, 만남 자체에 의미를 뒀다.
 
윤 대통령의 막말 파문까지 겹치면서 이번 순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주최의 회의 참석 직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은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발언으로 해석됐다. 
 
국내가 들끓고 주요 외신들마저 앞다퉈 해당 발언을 보도하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22일(현지시각) 뉴욕 현지 브리핑을 자청해 "다시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며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해명했다. 자연스레 막말 "이 XX들"은 한국 국회, 야당인 민주당을 지칭한 게 됐다. 또 "짜집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언론 탓도 더했다. 
 
윤 대통령은 뉴욕을 떠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부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펀드에 1억달러 공여를 약속했다"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하루 전 국회를 향해 욕설을 하고도, 다음날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야당은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은 정녕 XX들인가"라고 발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코니 무덴다 (RED) 단체 홍보대사, 윤석열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진=연합뉴스)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건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한일 정상이 어렵사리 2년9개월여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강제 징용자 배상 등 민감한 과거사 현안은 언급조차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약식회담'으로 지칭했으나, 일본은 이보다 격이 한참 떨어지는 '간담' 수준으로 표기했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 때문에 한일 정상이 만났다는 일본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3일 회담 배석자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만나고 싶다'고 거듭 요청해 (일본 정부는)'이 시간과 장소가 아니면 무리'라며 '그래도 온다면 만나겠다'고 답했다"며 회담 성사 과정을 전했다. 또 "(일본은)안 만나도 되는데 만났으니 한국은 일본에 빚을 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담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확정 발표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빡빡한 일정 때문에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얼굴을 마주 보고 진행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 관련해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했다. 결국 조급한 성과주의가 빚은 참사로 기록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일본과는 관계 개선에 매달리는 의도만 노출돼 향후 주도권마저 내주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순방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던 21일(한국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자유'와 '연대'만 강조했을 뿐, 한반도 평화 및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제안했던 '담대한 구상'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한미동맹이라는 대원칙에서 지난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서 봤던 서방사회와의 연대,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에 신냉전만 재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조문하지 못한 영국 방문 △앙꼬 없는 유엔 연설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회동 및 무성과 △일본이 '간담'이라고 못 박는 한일 약식회담 등을 거론하며 "총체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대통령실 의전 관계자, 그리고 김태효 1차장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서 해임을 해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가서 조문도 못하고, 유엔 연설은 핵심은 다 빼먹고,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은 하지도 못하고, 한일 정상회담은 그렇게 할 거 왜 했는지 모르겠고"라며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이 XX들, X팔려서 어떡하나"만 남겼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정신 차리라"고 직격했다.  
 
크고 작은 일정 차질도 빚어졌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예정에 없던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면서 당초 공지됐던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 등 한국 경제인 관련 행사에는 불참했다. 윤 대통령의 급작스런 방문 취소 통보에 중소기업인 등 관련 인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한 주만에 5%포인트 하락해 다시 20%대가 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긍정평가 28% 대 부정평가 61%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은 부정평가 이유에 대해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 등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문제,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등 정상 외교 일선에서의 처신 관련 언급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막말 논란까지 더해지면 지지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갤럽은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의 해외 순방은 직무 평가에 플러스가 되지 못했다"면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후 조사에서도 직무 긍정률이 6%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첫 해 외국 순방을 나섰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한국갤럽은 분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윤 대통령 순방 직전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멘토였던 천공이 포착되면서 또 다른 논란도 야기했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무속 논란을 재점화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2일 당 회의에서 "'조문을 가면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으니 가면 안 된다'고 천공의 정법 강의가 업로드 된 이튿날 (윤 대통령의 순방)출발 시간이 변경 공지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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