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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노동시장 이중구조' 새판짜나…노사이몽
상반기 제조업 대기업 대비 중기 임금 '47.9%'에 불과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44.3%'…이중구조 심화
경영계 "임금체계 개편 우선" VS 노동계 "비정규직 없애야"
양대노총 중 민주노총은 배제한 체계…근본적 한계
2022-09-19 05:00:00 2022-09-19 05: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노동시장의 고질병인 노동자들의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구조적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만을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 없는 고용구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경영계나 학계에서 주장하는 상생협의체나 자회사 구조, 임금체계 개편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에서다. 특히 노동계는 임금체계를 연공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꾸기 위한 수순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8일 <뉴스토마토>가 고용노동통계 '산업·규모별 임금 및 근로시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300인 이상 제조업 노동자의 전체임금총액(770만1000원) 대비 300인 미만 노동자의 임금총액(369만원) 비율은 47.9%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20년 54.1%, 2021년 51.6%인 것과 비교해 더 하락한 수준이다.
 
전산업 노동자 임금을 따져봐도 300인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는 심화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20년 상반기 300인 미만 노동자의 전체임금총액은 315만7000원으로 300인 이상 노동자의 임금총액(524만3000원)과 비교해 60.2%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상반기에는 59.3%, 올해 상반기에는 56.8%로 격차가 더 커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도 여전했다.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가 월 379만5000원을 받은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168만1000원을 받았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불과 44.3%를 받는 것이다.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규직·대기업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비정규직·중소기업 중심의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 고질적 문제다.
 
이들 사이의 임금과 복지, 일자리 안정성 등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현 노동시장은 2차 노동시장에 진입 후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1차 노동시장과 달리 2차 노동시장의 임금구조 등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 하청지회에 따르면,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2015~2020년 사이 약 7만6000명이 해고됐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30% 하락했다. 
 
대우조선해양 1독(dock)에서 점거농성을 단행한 유최안 하청노조 부지회장이 언론에 공개한 급여 명세서를 보면, 용접공인 그는 올해 1월 228시간을 일하고 세후 207만5910원을 수령했다. 경력 22년차인 그는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올해 1분기 대우조선 정규직 8413명은 1인당 월 평균 6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9년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며 "10월 중으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인 진단과 해법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온도차는 크다. 노동계는 고용안정을 우선시하는 반면,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 주최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현장 노사민정 토론회'에 참여한 박주완 부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조선업은 물동량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수주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호황을 대비해 모든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박주완 부회장은 개선방안으로 "현재의 연공급제의 연공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장기적으로는 일의 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상생협의체 구성과 하청기업의 자회사 설립 등도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에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원청이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섭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 없는 고용구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며 "경영계나 학계에서 주장하는 상생협의체나 자회사 구조, 임금체계 개편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근로자 중심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노동법제 전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일하는 방식, 고용 형태 다변화에 맞춰 노동법 체계를 다층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윤석열 정부에서 구성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편향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양대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에는 노동시장 개편 권고안을 만들기 위한 의견수렴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6일 진행한 토론회에도 한국노총 측만 참여했다.
 
이정희 정책실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자체가 정부가 주52시간제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의 방향을 발표하고 나서 구성됐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불평등이나 전체적인 노동체계에 대해서 진단하고 대안을 구성하기 보다는 몇 가지 정책방향 제시 정도에 그칠 것이다. 민주노총의 의견을 묻는 일도 거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8일 <뉴스토마토>가 고용노동통계 '산업·규모별 임금 및 근로시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제조업의 300인 이상 제조업 노동자의 전체임금총액(770만1000원) 대비 300인 미만 노동자의 임금총액(369만원) 비율은 47.9%에 그쳤다. 사진은 농성 당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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