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취임 넉 달을 넘긴 윤석열정부의 인사가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일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을 둘러싼 고강도 인적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 또한 본질은 검찰 출신 라인에 의한 윤핵관 라인의 배제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을 불러온 인사참사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우선 대통령실 실장·수석급·비서관급 참모진을 보면 서오남 현상이 두드러진다. 비서관급 이상 39명의 평균 연령은 52.8세로, 서울대 출신은 39명 중 17명(43.7%)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낙마 끝에 공석을 이어갔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조규홍 1차관을 지명했지만, 이 역시 전형적인 서오남 인사 기조의 계보를 잇는다. 검찰 출신에 이어 기재부 출신 편중 논란도 더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기재부 출신'이라는 지적에 "사실 (인선에서)가장 큰 제약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박순애 전 장관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인선은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난항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인사 방식이 서오남 위주의 엘리트주의로 집약되면서 정부 내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 성별 탕평 인사 역시 찾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수차례나 약속했던 청년의 과감한 중용도 여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의 배제는 청년정치를 상징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따른 산물로까지 인식되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정부 조각 당시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 인사 원칙으로 삼았지만, 검찰 출신의 중용과 함께 '40년 지기' 등 사적 인연까지 부각되면서 빛이 바랬다. 그저 '간판'(스펙)이 능력을 검증하는 최우선 척도로 비화됐다는 지적과 함께, 기득권의 상징인 관료 출신으로 개혁을 바라야 하는 이중적 상황으로 내몰렸다.
윤석열정부 1기 내각에서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한화진 환경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단 3명에 그쳤다. 김현숙 장관의 경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괴이한 중책을 맡았다. 이후 외신 기자가 여성 장관 부족을 문제 삼자, 윤 대통령은 공석이던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여성(박순애·김승희)을 기용하며 지적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만취 음주운전으로 부적격 논란을 낳았던 박 전 장관은 '만 5세 취학' 학제개편 논란의 책임을 떠안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김 전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 끝에 후보자 신분으로 낙마했다. 이보다 앞서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무려 42일 동안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러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을 계기로 일종의 '거래성' 사퇴로 거취를 마무리했다.
결국 간판을 높이 사며 능력과 전문성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부실 인사검증 논란만 촉발한 꼴이 됐다. 특히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폐지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추천과 인사검증 등을 모두 윤핵관과 검찰 출신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부실 인사검증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뼈 아픈 대목이 되고 말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검찰 출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는 한결같다는 평가다. 최근 이뤄진 대통령실 고강도 인적개편 과정에서 검찰 출신들은 건재함을 과시했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도로 단행된 내부감찰은 사정 태풍을 더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검찰 출신 비서관은 3명 밖에 없다"며 "법률·공직기강은 원래 검사들이 하는 것이고, 인사비서관 1명 정도"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 2일 출근길에 '대통령실 인적쇄신이 검찰 출신에게만 예외'라는 기자들 지적에 "잘 살펴보겠다"고만 언급했을 뿐, 더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중국 후한 말기 황제를 주색에 빠지도록 만들고 국정을 제멋대로 농단한 환관 '십상시' 표현을 끌어다 "검찰 출신 육상시"로 규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일원이었던 윤재순 총무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이 '육상시'로 지목됐다.
이외에 정부 요직에도 검찰 출신이 대거 진출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시작으로 금융감독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이복현 전 검사가 임명됐다. 또 국가보훈처장에 검사 출신 박민식 전 의원,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박성근 전 검사가 임명되는 등 검찰 편중 인사 논란도 여전하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검찰 출신의 정치인이다. 부처 특성과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검찰 출신이 요직을 꿰차자 야권은 물론 여론도 '검찰공화국' 인식이 강해졌다. 이는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까지 지목됐다.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2.6%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64.6%로, 두 배에 달했다. 11일 발표된 넥스트리서치·SBS 여론조사 결과 역시 긍정평가는 31.4%로 흐름이 같았다. 부정평가 요인 중 '인사 실패'는 16.7%의 비율을 보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사에서 특정 대학 등 특정 출신이 많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고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인사의 핵심은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 문제는 제일 눈에 띄기 때문에 10명의 인사 중 9명을 잘해도 1명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가 비판을 받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과도한 편중인사나 부적절한 인사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된 순간 탈검찰을 했어야 했다"며 "근본적으로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인적쇄신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히 몇 퍼센트를 정리했다는 것에 국민들이 감동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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