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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대란은 '인력난'…운송원가·인건비 종합 고려 필요"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시민 공청회
모범택시에도 심야할증 적용
"심야 노동 강도 대비 수익 낮아"
고령 택시 기사 끌어내지 쉽지 않을 듯
2022-09-05 18:07:00 2022-09-05 18:07: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지난 4월18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심야 택시 승차난이 급증한 가운데, 서울시가 심야 할증 시간 확대와 기본 요금 인상책을 마련했다. 다만 각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승차난이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오랜 시간 경직된 요금으로 인한 예견된 사태라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5일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에서 시민 공청회를 열고 택시요금 정책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택시업계·노동조합 등 각계 이해 관계자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먼저 서울시는 연말 심야 택시 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오는 12월부터 심야 할증 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10시부터로 적용하고 20% 수준이었던 심야 할증요율을 최대 40%까지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승차거부를 완화하기 위해 3800원이던 기본 요금은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 거리도 2km에서 1.6km로 줄인다. 거리 요금은 132m에서 131m마다, 시간 요금은 31초에서 30초마다 100원씩 오르도록 조정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요금 조정을 통해 중형 택시의 요금 인상률은 19.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야 할증이 따로 붙지 않았던 모범(대형)택시의 요금은 지금보다 11.6% 가량 오르도록 조정한다. 중형 택시와 동일하게 심야 할증시간을 오후 10시부터 익일 새벽 4시까지 적용하고 할증률은 20%로 결정했다. 경기권 등 시외로 빠질 경우에도 20%의 할증을 붙인다. 3km당 6500원이었던 기본요금은 500원 인상해 7000원으로 올린다.
 
서인석 서울시 도시교통실 택시정책과장은 "기본 요금 조정은 2019년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률 9.5%와 LPG 연료비 35.7% 상승 등을 고려해 두 단계로 나눠 설계했다"라며 "심야 할증은 거리 손님 홀대를 막기 위해 12월부터 적용하고 기본 요금 인상은 시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택시 이용률이 연말보다 낮은 내년 2월부터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심야 택시 대란이 '인력 대란'이라고 진단했다. 젊은 택시 기사가 수급 되지 않고, 기존 기사들은 고령화로 인해 심야 운행을 기피하면서 지금의 승차난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인택시의 경우는 지난해 서울시가 월급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임금 체계를 만들었다고 비판이 나왔다.
 
토론 발제를 맡은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성과급 명목으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이 줄어든데다 정부가 법인택시 종사자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니 택시를 운행할 이유가 없어졌다"라며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2010년부터 늘지 않았고 이 때문에 60세 이상 비율이 63.2%에 달하는데, 개인택시도 이 구성비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 요금을 인상해도, 운수 종사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총 수익이 담보 되지 않으면 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서울시의 택시 요금 개선안이 심야 시간대 승차난 해소를 위한 것인지, 원가 상승에 따른 인상인지에 대한 노선이 명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심야에 시민의 이동 수요가 개선되는 목적이라면 다른 대중교통에 대해서도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라며 "요금을 20% 올리면 무조건 수요도 20% 늘어나는 게 아니라 감소도 있을텐데, 단순히 심야난에 근거한 정책보다는 인건비나 운송원가 상승에 처우 개선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적합한 요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요금 조정은 공급량 상승과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공항에 내려와서 택시 탔을 때 요금이 정말 싸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택시 요금은 억제돼 있다"라며 "65세 이상 고령의 기사들이 심야에 4만7000원 벌자고 운동시간 등을 포기하고 나올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밤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낮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지만 돈이 안되는 것과 주취자에게 폭행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크게 세 가지"라며 "먼저 낮과 밤에 요금이 같으니 돈이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지금의 운송원가를 반영해 기본 요금을 최소 6000원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5일 서울 관악구 교통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시민 공청회에서 서울시의 택시요금 정책 개선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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