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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값 또 인상…레미콘업계 "셧다운 밖에 방법없다"
시멘트업계, 올해 두 차례 가격 인상…33~35% 올라
레미콘업계 "레미콘값은 못 올리고…고통분담 필요"
2022-08-23 07:00:00 2022-08-23 07:00:00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레미콘업계가 시멘트값 추가 인상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시멘트사들의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 요구에 레미콘업계는 인상계획 철회를 요청한 가운데 두 업계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연합회)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멘트값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멘트사들은 내달부터 기존 시멘트값에서 10% 이상 가격을 올리겠다고 레미콘사들에게 통보한 상태다. 벌크시멘트 기준 한일시멘트는 톤(t)당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5%, 삼표시멘트는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한다. 성신양회도 9만2500원에서 13.5% 뛴 10만5000원으로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다른 시멘트사들 또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시멘트사들은 올해 2월에도 10%대의 시멘트값 인상을 통보한 바 있다. 한 해 두 차례 인상에 나서자 레미콘 업체들의 반발이 크다. 레미콘연합회 관계자는 "시멘트값이 가을에 또 오르면 올해 인상률만 33~35%가 된다"며 "7만8800원에서 10만6000원 정도로 3만원이나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멘트를 주원료로 하는 레미콘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레미콘 업계는 납품처인 건설사에 레미콘값 인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 시멘트값 인상에 따라 이미 레미콘값을 한번 올렸다"며 "추가 인상은 건설사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사와 건설사 중간에 끼인 구조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일부 시멘트사 인수합병으로 실제 5개 업체가 시멘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좁고 레미콘 업체들이 끌려갈 수 밖에 없다"면서 "반면 레미콘업계는 일부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이뤄져 건설사들이 조건에 맞는 업체를 수시로 바꿔 쓸 수 있는 만큼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시멘트값 인상 직격탄을 맞게 된 레미콘업계는 지난주 삼표시멘트 본사를 찾아 가격 인상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시멘트 회사에도 방문을 요청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번 인상안을 고수할 시 레미콘업계는 영업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두 업계의 갈등은 깊어질 전망이다. 시멘트사들도 주원료인 유연탄 등 원가 상승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긴 마찬가지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값은 물론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와 전력비 등 전방위적으로 원가가 올라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에 레미콘연합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서로 고통분담을 위해 시멘트값 인상 시기를 늦추는 등 협의점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일방적인 통보만 있다"면서 "유연탄값 상승이 원인이라는데 원가에 얼마나 반영됐고, 얼마나 올랐는지 모른 채 가격 인상 요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가 싶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건설업계는 이번 가격 인상안 여파로 건설현장이 멈춰설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건설현장 공정에 차질이 있었는데 레미콘업계가 파업에 나설 시 현장이 또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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