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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보수 수천만원 옛말…거래 절벽에 몰린 공인중개사
금리인상에 매물 감소 겹쳐…폐업, 올 들어 1천건 넘어
신규 개업보다 폐·휴업 고민…수입, 작년의 3분의 1 토막
2022-08-02 06:00:00 2022-08-02 06:00:00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부동산 시장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개업소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중개보수 요율 개정으로 중개비가 인하된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한국은행의 빅스텝(금리 5%포인트 인상)까지 겹치며 거래량이 급감한 까닭이다.
 
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개사무소를 폐업한 건수는 1148건으로 1년 전(1031건)과 비교해 11.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업건수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휴업을 신고한 건수는 81건으로 전년대비 8.00% 늘었고, 새롭게 문을 연 신규 개업건수는 1249건으로 9.49%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규 개업건수는 8889건으로 작년(9302건)보다 4.44% 감소했으며 폐업과 휴업건수는 각각 5305건, 414건으로 나왔다.
 
월별로 보면 개업은 가장 적고 폐업은 가장 많았다. 실제 올해 1월 1993건이던 신규 개업건수는 2월 1480건으로 떨어진 이후 3월 1499건으로 소폭 올랐으나 4월 1415건, 5월 1253건으로 3개월 연속 내림세를 그렸다.
 
이에 반해 폐업건수는 올해 1월 974건에서 2월 790건, 3월 858건, 4월 808건에서 5월 727건으로 조사됐다.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폐업보다는 버티기를 구사했던 셈이다. 다만 6월 들어서는 폐업과 휴업 모두 한달 전 보다 57.91%, 22.73% 급증하며 무너진 모습이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배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늘어나던 아파트 매물이 다시 잠기면서 수익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뉴스토마토)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156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종부세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달 21일(6만4046건)에 견줘 2.95% 감소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아파트 매물은 6만5988건까지 늘었지만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나온 이후 다주택자 등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면서 매물이 다시 감소한 것이다.
 
금리 인상과 관망심리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며 거래 가뭄도 유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31만260건으로 전년동기(55만9323건)대비 44.5% 감소했다. 주택 매매량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거래 활발함 정도를 측정하는 ‘매매거래지수’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KB국민은행 7월 월간 통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 매매거래지수는 2.9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12월(1.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거래지수는 KB국민은행이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거래 활발함의 정도를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값이 낮을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0.9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7월 이래 가장 낮았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부동산 중개업 수요안정화 정책 외에도 실질적인 공급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890건으로 작년 상반기(2만5832건)의 30%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공인중개사 수입이 3분의 1이상 줄어들며 영업지속과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6월 개업 공인중개사 개·폐업 수치를 살펴보면 개업이 1249명인데,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13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특히 서울과 부산, 대전, 경남 등 인구가 밀집해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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