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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하늘의 태양은 하나
2022-08-02 06:00:00 2022-08-02 06:00:00
하늘의 태양은 하나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였기에 원시사회 때부터 추앙의 대상이었다. 역사가 시작되면서, 태양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정치권력은 태양처럼 하나의 핵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야당은 당대표, 여당은 대통령이 태양이다. 태양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의 질서가 형성된다.
 
최근 당대표 직무대행 직에서 물러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는 ‘하늘의 태양은 하나’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주목해야 할 내용은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 당대표’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권 원내대표의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는 다짐이었다. 권력의 질서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메시지는 없다. 하늘의 태양은 하나이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하나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은 집권당인 ‘국민의힘’ 후보로 대통령이 되었고, 당대표 직무대행이 충성을 서약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언론은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할까?
 
대통령은 국정을 ‘당정 분리’를 통해서 하라고 한다. 이 같은 당정 분리 원칙은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본격적으로 통용되었다. 김대중 대통령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당총재를 겸하면서 정부와 당을 지휘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총재’라는 직위는 당의 모든 권한을 한 사람이 독점한다는 의미였다. 새천년민주당의 쇄신을 통해 “정치개혁”을 구호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때에 와서야 비로소 당총재가 사라졌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정당이 된 것이다. 노무현은 ‘당정 분리’ 원칙을 선언했다. 실질적으로 ‘당정 분리’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감한 당정 분리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동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의 메시지 교환은 실질적인 ‘당정 분리’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반증하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서로 다른 노선과 정책으로 나라를 이끌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잘 되지도 않는 ‘당정 분리’를 외치고 있을까? 그것은 대통령 중심제 원리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식 대통령제 원리에서 보면 당정이 분리되어야 대통령이 제대로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2개의 정당이 이끄는 양당제다. 국회 의석은 대통령 소속당이 다수를 형성하기 어렵다. 한국식 표현으로 ‘여소야대’가 일상이다. 하원은 2년마다 선거를 치르다 보니 ‘중간평가’ 투표로 집권당이 심판받는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은 정당 대결 방식으로는 나라를 이끌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은 중앙당이 없다. 중앙당 당대표가 없다. 당은 전국위원회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관리자로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당은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원내대표가 의회를 통해서 대표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미국 대통령은 당을 대표하거나, 야당 대표를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의회를 상대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정당은 중앙당 당대표 중심의 공천제도를 없애고, 지역구에서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서 지역구 유권자가 공천하도록 한다. 또한 중앙당에 의한 당론투표가 없고, 오직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라 소신껏 자유투표(크로스 보팅)로 당 소속과 관계없이 유권자와 국익에 투표한다. 대통령 소속이 아닌 정당 국회의원(한국식 표현으로 야당)도 대통령이 제안한 정책이 좋으면, 지도부 눈치를 보지 않고 찬성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운영할 수 있도록 중앙당 중심의 공천제도를 없애버린 것이다. 미국식 대통령제도의 상징인 ‘당정 분리’ 원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다.
 
한국은 ‘당정 분리’가 작동할 중앙당 배제의 미국식 정당 시스템은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과 당의 관계가 수직적 권력관계와 역할이 없길 바란다면, 기대난망일 뿐이다. 지금 한국 중앙당 정치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초강력’ 권력을 가지고 있다. 당 공천이 국회의원 당선을 좌지우지한다. 모든 정치가 의회가 주인공이 아니라, 중앙당이 중심이고, 중앙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활성화되어 있다. 내각 책임제 나라에서 운영되는 중앙당 정당 시스템이다. 사실상 내각 책임제처럼 ‘당정 일체’가 한국 정치의 실상이다.
 
핵심은 통치시스템은 대통령 중심제 원리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주체인 ‘정당’은 철저히 내각 책임제 정당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무튼 미국은 “하늘의 태양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중앙당을 없애고, 대통령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놓은 것이고, 유럽의 내각제 국가는 “하늘의 태양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당정 일체’로 중앙당 대표가 총리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시스템 안에서 통치시스템과 정당시스템이 충돌하고 있지만, “하늘의 태양은 하나”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역설적으로 권 원내대표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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