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숨이 막히다 못해 멈출 뻔 했어요”
“‘내가 장군감은 아니지 않나’란 질문에 김한민 감독 ‘그래서 더 해야 한다’”
“전 세계 해전사 손 꼽힐 만한 대승,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자긍심 주목”
2022-07-29 01:00:01 2022-07-29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천하의 연기 괴물 최민식 2014 7월 개봉한 영화 명량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당시 그는 한동안 광화문 앞을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였다고 전한 바 있다. 그는 촬영 기간 동안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과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최민식에게조차 이순신 장군 배역은 상상 이상의 무언가를 안겨줄 정도의 거대한 인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8년이 흘렀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만든 뒤 이순신 장군이 출정한 3대 대첩을 배경으로 한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를 기획해 두 번째 영화를 선보였다. 역사적 실제 배경으론 명량보다 앞선 시기에 있었던 한산대첩이 배경이다. 이 영화에선 이순신 장군이 최민식이 아니다. 그보다 어린 박해일을 선택했다. 실제 한산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 나이와 지금의 박해일 나이가 비슷하단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한민 감독은 붓과 칼이 모두 어울리는 느낌의 지략가인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명량에선 불과 12척의 배로 수백척의 왜군 함대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을 그렸다면 이번 영화에선 임진왜란 초기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장수 이순신의 뛰어난 지략을 스크린에 펼치고 싶었단다. 그 중심에 배우 박해일이 있었다. 참고로 최민식은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숨이 멈출 뻔했다고 한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그리고 박해일이다.
 
배우 박해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통해 1761만이란 경이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흥행 감독이다. 어떤 배우라도 김한민 감독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박해일에겐 그저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감독이다. 김 감독의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부터 센세이셔널한 사극 액션 최종병기 활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도 꿰뚫고 있었던 연출자와 배우 사이였다. 그런 자신에게 이순신 장군 배역을 제안했다. 박해일은 처음 귀를 의심했다고.
 
“‘왜 나한테 이걸 주셨어요했죠. ‘제가 장군감은 아니잖아요라면서 사실상 거절 비슷한 의견을 전했는데 감독님이 그래서 더 해야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보고 용맹한 용장의 느낌은 아니지만 젊은 지략가의 모습을 꼭 그리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니 감독님이 저란 배우를 너무 잘 아셔서 제가 해볼만한 지점이 눈에 많이 보이더라고요. 뭔가 조용한 듯한 느낌이 강조된 이순신 장군님을 표현해 주셨더라고요. ‘붓과 칼이 동시에 어울리는.”
 
박해일 입장에선 자신이 해볼만한 지점이 보였고, 또 배우로서의 도전 정신도 자극을 받았기에 해볼 만 하다 여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이순신이란 인물은 역사적 실존성을 담보로 하고 있지만 그걸 뛰어 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존재하는 위대함이 있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실제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역사적 위인을 꼽을 때 첫 번째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배우 박해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정말 부담이었죠.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 정말 많이 했어요. 이순신 장군에 대해 고민해 봤죠. 지금까지 모든 매체에서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는 톤들을 살펴봤는데 미세하게 달랐어요. 거기에서 답을 찾아보자 싶었죠. 감독님과 충분한 얘기를 한 끝에 이순신 장군님의 군자스러운 모습을 부각시켜 보려 했죠. 붓과 칼이 모두 어울리는, 말수도 적고 희로애학 감정 표현도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으로.”
 
이렇기 때문에 한산: 용의 출현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는다. 대사가 거의 없다. 우선 한산: 용의 출현은 임진왜란 초기다. 그 시절 이순신 장군은 우리가 아는 명장 중의 명장은 아니었다.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고, 또한 그의 주변에 남은 인물들에 대한 평가 역시 이순신 장군이 하지 못했던 시기였을 수도 있다. 극중 이순신 장군은 말을 줄이고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맞아요. 그래서 전 눈빛과 호흡 그리고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순신 장군님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물론 가만히 있는다고 모든 게 해결이 되는 건 아니죠. 사실 이런 방식으로 연기를 하는 게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그 안에서 이순신 장군의 힘이 묻어나고 느껴지길 바랐죠. 그러기 때문에 정말 짧게 한 번씩 나오는 대사 한 마디에 혼신을 넣었어요. ‘발포하라를 좋게 봐주신 분들 의견이 감사한 이유이기도 해요.”
 
배우 박해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박해일의 이순신 장군은 보는 이들의 감정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엄청난 부담을 느낀 박해일은 이런 순간까지 겪었단다. 참고로 한산: 용의 출현이전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은 한때 광화문을 지나지 못할 정도였단다. 촬영 중간중간에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는 말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위압감을 표현했었다.
 
최민식 선배님의 그 말씀 기억나죠. 근데 전 숨이 막힌 게 아니라 멈췄었어요(웃음). 여수의 2만평 규모 세트장이 있어요. 거기에 지어 놓은 판옥선 위 망루가 있는데 거기에 혼자 올라가 서 있으면 주변 모든 게 보여요. 근데 그게 반대로 얘기하면 스태프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저만 본다는 얘기도 되요. 주변을 지나던 주민 분들도 절 봐요(웃음). 그런 경험이 처음은 아닌데, 전국민이 다 아는 위인을 연기하니 그 부담이 살아서 다가오더라고요. 나중에는 그곳에 서 있는 것조차 부끄러웠어요.”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인 영화를 찍으면서 이순신 장군의 상징과도 같은 거북선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이번 영화의 제목은 한산: 용의 출현이다. 여기서 은 당연히 이순신 장군을 뜻하고 또한 거북선도 의미한다. 실제 한산대첩에선 거북선이 출정해 왜군의 대함대를 대파시킨 전투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세트장 근처에 실물 크기와 같은 규모의 거북선을 제작해 정박해 뒀다고 한다.
 
배우 박해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정말 온전한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었어요. 보고 있으면 압도되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올 정도였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용두 부분이었어요. 그 기운이 정말 와(웃음). 우리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볼 때마다 거대했죠. 근데 뭐랄까. 전 좀 짠한 느낌도 있었어요. 조선을 지켜 낸 수호신 같은. 좀 더 나아가면 우리 할머니 산소에 갔을 때 울리던 매미소리를 들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뭔가 을 좀 강하게 느끼기도 했었고. 아무튼 되게 복잡한 느낌이긴 했어요.”
 
거북선과 함께 등장한 영화 마지막 부분, 무려 51분간 계속되는 한산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전투 장면은 놀랍게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촬영이 된 장면이었다. 바다에서 벌어진 해상 전투이지만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 등장한 해상 전투는 물이 단 한 방울도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 촬영이 된 장면이었다. 박해일도 그 점이 놀라웠다고.
 
기술이 이 정도로 발전을 했구나 싶었죠. 배우들은 그린 매트가 쳐진 특수 촬영을 할 때는 상상을 하면서 임하는 데 이번에는 그게 좀 더 심했어요. 나중에는 제가 지금 연극을 하는 거구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최소한의 무대 세팅을 하고 관객을 맞이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이번 촬영에 끌어 오면서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을 많이 익숙하게 찾아가기도 했어요.”
 
배우 박해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 용의 출현은 전 세계 99개국에 판매가 됐다. 해외에서도 잇따른 개봉을 예정돼 있을 정도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에겐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나 다름없다. 이런 영웅의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해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이 담은 메인 주제, 의와 불의의 싸움’. 지극히 동양적인 이 관점이 어떻게 작동될지도 궁금했다. 이순신 장군으로서 살아온 박해일에게 의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가슴 아픈 생각이지만, 조선의 역사 속에서 승리가 도대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그 안에서 한산대첩은 압도적인 승리, 나아가 전 세계 해전사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대승이었잖아요. 그 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자긍심. 감독님이 말하고 싶은 자긍심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이 영화를 출연한 결정적인 이유도 그 자긍심이에요. 그 안에서 설명해야 할 의와 불의, 전 세계 어디라도 통할 긍지가 아닐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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