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잡지문화 부흥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
입력 : 2022-07-01 06:00:00 수정 : 2022-07-01 16:20:20
인천에 위치한 가천박물관은 보기 드문 의료박물관이다. 그런데 이 박물관에는 놀랍게도 개화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각종 잡지 창간호 2만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보기 드문 컬렉션이다. 국내 최다 창간호 소장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다. 이 가운데 일부 잡지의 창간호를 소개한 첫 번째 소장품 도록인 『시대를 읽는 창, 창간호』의 발행에 맞춰 지난 5월 한국출판학회 주최 세미나가 열렸다. 도록의 발간사에는 가천박물관에서 그렇게나 많은 잡지를 소장하게 된 흥미로운 사연이 실려 있다.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이 산부인과 의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1970년대 중반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유물을 팔고 싶다고 하여 ‘고서 전시회’를 대신 열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구입자가 없어서 고서와 골동품을 이길여 총장 본인이 사들여 보관했다고 한다. 이 고서들 중에는 11세기에 만들어진 ‘초조본 유가사지론’(국보 제276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고서와 유물을 기증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장고가 부족해지자 전용 시설로 가천박물관을 세워 1995년부터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잡지 창간호의 수집도 어떤 수집가에게 4천여 점을 기증받은 것이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공들인 잡지 창간호의 수집과 보존, 활용은 이제 돈으로도 환산하기 어려운 국가적인 보물이 되었다. 귀중한 잡지 창간호 컬렉션은 지난 시대와 문화를 증언하는 대체 불가능한 기록문화유산으로서 후대로 전승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잡지들이 파노라마처럼 명멸했다. 한 권 한 권의 잡지가 창간되어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가치 있는 콘텐츠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잡지가 나름대로 각광을 받던 이전 시대와 달리, 이제는 인터넷과 디지털 다매체 환경 속에서 잡지의 위상이 많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특정 분야의 동향과 관심사를 오롯이 담아내는 잡지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잡지 발행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매거진미디어융합학회(옛 한국잡지학회)가 ‘엔데믹 시대, 콘텐츠 비전과 문화 융합 확장’을 주제로 내걸고 개최한 정기학술대회의 특별 세션 ‘독립잡지 진흥을 위한 시장정책’에서는 독립출판물 전시·판매 행사인 ‘퍼블리셔스 테이블’의 총괄 운영자 이지현 금종각 대표의 독립잡지 페어 운영에 대한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출판물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매년 300여 팀이 참가하며 이 분야의 유력 행사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행사 개최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 등으로 지속 가능성에 위협을 느끼며 어렵게 연례 행사를 유지하고 있다. 가칭 ‘서울 독립잡지 페어’를 세계적인 지명도의 전문 페어로 육성하고 싶다는 포부가 이루어지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잡지가 그렇기도 하지만, 특히 개성과 특성이 강한 독립잡지는 문화 다양성을 확장하고 향유하는 중요한 기반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초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빈 곳이 바로 독립출판물 전시·판매 코너였다. 전국 단위로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만 수백 곳이 넘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독립출판 분야에서도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독립잡지가 꽃을 피우고 시민의 콘텐츠 제작-소통-향유 욕구가 문화의 장에서 확장되도록 정부와 지자체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잡지 지원 예산은 우수 콘텐츠 잡지 선정·보급과 해외 수출 기반 구축에 약 18억 원이 투입되는 것이 거의 전부일 정도로 빈약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과소한 지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잡지인들의 자구 노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만, 잡지문화를 확산하고 공동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잡지진흥법에서 정한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해서 시행하는 것일 것이다. 문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 척도로 떠오르는 시대에 잡지문화 부흥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정책 수립을 정부에 촉구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bookclub2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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