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으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은 일단락됐다. 다음은 물가 압박이다. 추경과 물가안정, 금리인상까지 이어지는 난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며 연착륙을 해내느냐는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 능력을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됐다.
추경안은 여야 이견을 보이다, 62조원 규모로 확대 편성된 끝에 지난 29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정부 첫 추경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일단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는 여야가 추후 논의키로 해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다. 소급적용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은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책이었다. 야당인 민주당도 확대편성을 주장하는 등 손실보상에 집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많이 드리는 것보다는 사회적 약자, 어려우신 분들에 대해 두텁게 지원하자는 정책"이라며 "(이번 추경은)그러한 목표를 향한 현 정부의 구체적인 첫 경제정책"이라고 자평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물가 압박과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그럼 추경 안합니까"라고 반문한 뒤 "지금 영세 자영업자들 숨 넘어간다. 그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분명한 우선순위를 뒀다. 또 "물가 문제는 저희가 세부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추경을 통한 자영업자 생계지원 해결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다만, 대선 공약이었던 소급적용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시중에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는 자연스레 상승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까지 얽히면서 이미 고물가에 직면했다. 과열된 경기와 물가 상승 압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 중이지만, 추경으로 금리인상 효과의 반감도 불가피해졌다. 추가 금리인상은 서민들의 이자부담만 가중시킨다. 악순환이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이 같은 고민 끝에 손실보상을 피해 정도에 따른 선별보상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공약 파기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신속한 추경 집행과 동시에 물가 안정을 지시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정부의 재산권 행사 제약 조치로 인해서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면서 동시에 "물가는 민생 안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물가상승률이 실제는 5%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국민의 체감 물가는 더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물가가 올라가면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것이고, 새 정부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서 국민들의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추경 집행으로 인한 물가와 금리인상의 연쇄작용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결국 '추경-물가-금리' 삼각함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다. 이는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금을 받은 개인이 소비할 수 있고 저축할 수도 있는 만큼 정부가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것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작고, 국채 발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에도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걱정 덜기에 주력했다.
이 관계자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경제주체들의 물가 기대 심리를 안정화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원가 부담이 생기거나 무슨 애로사항이 생기면 그럴(물가 상승)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면밀히 모니터링을 해서 애로사항을 없애는 노력을 하는 게 책무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정부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손실보상 소급적용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서는 "소급할 수 있게 법률 자체를 개정하는 건 법적 안정성 문제라든지 시행에 있어서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에 추경 내용 중 손실보전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하면서 사실상 소급적용되도록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한 집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급적용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쉽다"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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