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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범죄도시2’ 손석구 “피 칠하고 거친 액션, 내 취향 아냐”
“외모 때문? 악역 제안 너무 많았다…할 거면 젤 센 ‘강해상’ 해보자”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 비밀…“마동석 타격감 1도 못 느낄 정도였다”
2022-05-24 01:00:02 2022-05-24 01: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요즘 이 배우에 대해 흥미로운 소문 하나가 있다. ‘연기를 취미로 한다는 얘기. 아버지가 꽤 잘나가는 중견기업을 성장시킨 뒤 그 기업을 물려 받은 게 이 배우라고. 연 매출 수십억에 달하는 기업을 물려 받았고 실제로 배우 이전 이 기업 경영에 참여했었단다. 근데 이게 사실이다. 배우 손석구에 대한 얘기다. 인터넷에 조금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2017년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시즌2를 통해 첫 데뷔를 했다. 국내에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얼굴을 조금씩 알렸다. 사실 특징 없는 다소 밋밋한 얼굴은 분명 배우로서 약점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장점이 되는 듯하다. 그의 연기에서 연기적인 아우라를 느낄 수 없게 하는 지점. 다소 평범하고 밋밋한 외모가 그의 연기에서 껍데기를 벗겨내는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어 준다. 쉽게 말하면 그가 표현하는 연기는 다른 배우들의 같은 연기에 비해 깊은 맛이 더 드러난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최근 그가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한 편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래서 영화 범죄도시2’의 흥행도 어쩌면 그의 밋밋한 외모가 만들어 낸 깊은 맛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배우 손석구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손석구는 범죄도시’ 1편을 자신이 지금까지 제일 재미 있게 본 몇 편의 영화 가운데 한 편으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TV채널을 틀어 보면 언제나 방송을 하고 있는 그런 영화, 수십 번을 봤고 지겨울 법도 하다. 그런데 볼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 그게 바로 손석구에겐 범죄도시라고. 그 영화에서 메인 빌런 제안이 들어왔다.
 
제가 의외로 악역 제안이 많이 들어왔었어요(웃음). 근데 제가 누구는 악역 잘할 외모라고 하시는 데 반대로 피칠갑하고 거친 액션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말도 거칠게 하고 그런 게 잘 안 끌려요(웃음). 그럼에도 너무 그런 배역들이 많이 들어와서 난감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할 거면 진짜 젤 센 악역으로 하자 싶었죠. 그런데 들어온게 범죄도시2’ 강해상이었어요. 당분간 악역 생각 안 날 정도로 센 인물이더라고요.”
 
영화 '범죄도시2' 속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1편 악역 장첸이 워낙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였기에 이번 2편의 강해상은 뭔가 차별성도 있고 더 강한 무엇이 필요했을 듯싶었다. 손석구는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과의 미팅 그리고 회의를 통해 강해상에 대한 서사를 면밀히 구축해 나가면서 어떤 인물이고 왜부터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까지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감독님과 꽤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기본적인 키워드는 하나였어요. 강해상이란 사람은 굉장히 울분에 차 있다 란 것. 어떤 계기만 만들어 지면 눈이 확 돌아가는 그런 똘끼도 있고. 눈이 돌면 앞뒤 안재도 저지르는 거죠. 이성적 판단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죠. 당장 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어떤 피해의식을 떠올려 봤어요. 왜 나만 못난 것 같고 왜 나만 이렇게 바보 같고 그러지. 그땐 그랬죠(웃음)”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내면적인 부분을 설정했으니 외적인 부분을 바꿔야 했다. ‘범죄도시2’에서 손석구는 우선 무자비한 범죄자다. 그런 아우라를 뿜어 내야 했다. 쌍꺼풀이 없는 눈매가 약간 매섭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안 된다. 무엇보다 극중에서 손석구가 대결해야 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마동석이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마동석과 피지컬로 맞대결을 펼칠 배우는 할리우드의 드웨인 존슨 정도로 아마 유일할 듯하다.
 
우선 10kg 정도 체중을 불린 것 같은데 저한텐 최선이었죠. 하하하. 운동도 진짜 많이 했어요. 제가 태어나서 벤치 프레스 100kg넘게 들어 본 게 처음이에요. 근데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몸이 헬스를 많이 한 조각 같은 몸이 아니잖아요. 좀 두툼한 몸이 필요해서 운동도 많이 하고 먹는 것도 진짜 많이 먹었어요. 물에 타먹는 프로틴을 너무 많이 먹어서 요즘도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어요. 하하하. 그리고 동석이형은 몸이 정말(웃음). 제가 오죽하면 액션 장면을 찍다가 , 몸에다 철판 집어 넣으셨어요라고 정말 물어봤었어요. 하하하.”
 
영화 '범죄도시2' 속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그는 범죄도시2’를 찍으면서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그건 관객이 즐거운 영화도 자신의 연기에 스스로가 만족하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감독님이 만족하는 연기를 오늘 하루 완벽하게 채우고 오는 것이었단다. 그건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해 보인 열정 그리고 자신보다 더 강해상에 대해 갖는 열정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저도 감독님에게 이렇게 빠져 보긴 처음이에요(웃음). 첫 미팅 때도 데뷔 감독님 이신데 이 분의 열정에 제가 빠져서 출연 결정을 한 것도 이유 중에 하나에요. 얼마나 열정이 있으셨는지를 설명하자면, 한 씬을 촬영하는 데 진짜 많은 버전으로 촬영했어요. 감독님이 지금도 마음만 먹으시면 각기 다른 버전의 범죄도시2’를 촬영한 것으로만 몇 편 만드실 수 있을 정도에요. 그 정도의 열정이 저한테도 느껴지니, 감독님이 촬영 때 고개만 갸우뚱하셔도 제가 너무 그게 싫더라고요. 찰영 며칠이 지나면서 감독님을 만족시키는 게 이 영화 작업의 첫 번째라고 제가 생각하고 임하기 시작했어요.”
 
영화 '범죄도시2' 속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딪치고 액션도 주고 받으며 가장 오랜 시간 작업을 한 사람은 마동석이다. 그는 이젠 월드스타인 마동석과의 작업 시간을 자신에겐 둘 도 없을 귀한 시간이 아닐까 싶단다. 배우로서도 마동석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마동석에게 배운 것은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라잡이도 됐단다.
 
동석이형하고 작업은 매일 매 순간이 제가 과외수업 받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즐거웠고 숨소리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형이 시간 날 때 마다 절 앉혀 두고 많은 걸 가르쳐 주셨어요. ‘너는 나랑 피가 같다라고(웃음). 영화 안에서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형도 제작과 기획을 거의 같이 하시잖아요. 저도 관심이 좀 있는데 조언을 구하면 진짜 냉철하게 분석해 주세요.”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앞서 마동석과의 액션 호흡에 대한 에피소드가 대화 도중 전해졌다. 영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 대한 궁금증이다. 정말 마동석의 무지막지한 액션에 손석구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손석구는 손사래를 치며 정말 몸에 터치 하나 없었다고 웃었다. 액션 전문가 마동석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시퀀스만 3일을 찍었단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에선 동석이형의 타격감은 진짜 1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어요. 보시면 무지막지한데 실제 체감은 그랬어요. 형이 완전 액션전문가이셔서 동선이라던지 노하우가 엄청나세요.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사람이 그렇게 맞으면 큰일 나겠죠(웃음) 근데 제가 너무 잘 버티게 나와서 저희끼리 되게 많이 웃었어요. 현장에서 이미 기절해야 하는 거 아냐? 왜 이렇게 오래 버텨라고 다들 놀리고 그랬어요.”
 
배우 손석구. 사진=ABO엔터테인먼트
 
손석구는 요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구씨 신드롬중심에 서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범죄도시2’ 속 무자비한 악역 강해상으로 또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서로 완벽하게 다른 매력을 드러낸 손석구의 존재감은 당분간 방송가와 영화계 전체를 휘어 잡고 이끌어 갈 가장 확실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한 두 작품이 같이 공개가 됐네요. 비교하는 재미도 크실 듯해요. 두 작품 다 꽤 오래 전 작업한 작품이에요. ‘나의 해방일지도 작가님이 좀 더 글을 다듬고 싶다 해셔서 미뤄졌었고, ‘범죄도시2’도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다가 개봉까지 오게 됐죠. 배우로서 불안도 했고 조급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런 기회도 또 언제 올까 싶어요. 지금 그래서 두 배로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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