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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석정훈 협회장 "광주 붕괴 막으려면…감리의 사업주 독립 필요"
감리 역할 시스템 강조한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서 '공사 중지' 권한·면책 피력
의무가입 법 개정 성공…"건축사 윤리도 확립할 것"
건축물은 공공재…건축사는 높은 책임감·사명감 요구
2022-05-23 06:00:00 2022-05-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감리가 사업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계약 제도가 대폭 개정돼야 한다. 광범위한 영역의 업무를 분할해 효율을 높이고, 분리 발주해 책임 있고 전문성이 확보된 감리 제도가 정착돼야만 광주 붕괴 사고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대한건축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의 첫 일성은 '건축 감리의 독립성'이다. 최근 1년간 광주광역시에서만 연이어 두 차례 발생한 대형 붕괴사고와 관련해 감리 역할 시스템의 강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 발전과 건축 기술의 향상, 미래 건축에 대해 연구·지원하는 법정단체다. 약 1만3000명의 회원과 17개 시·도 건축사회, 135개 지역건축사회로 구성됐다.
 
대형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석정훈 협회장은 건축 과정에 필수적인 '안전 비용'을 경시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석 협회장은 "우선적으로 설계자의 건설공사 참여 확대를 제안하고 싶다"며 "공공발주 건축물이나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따로 지정하는 건축물은 설계자가 감리자와 협업해 건축물 품질 및 안전에 대해 크로스 체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건축 현장은 감리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 회장은 "감리의 역할을 크게 보면 건축주 입장에서의 현장 감독과 공공 입장에서 감시 및 지도가 있다. 하지만 감리 시장은 지나친 자유경쟁에 따른 덤핑, 사업주에 종속된 갑을 관계로 사실상 공공 입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며 "시행사업의 경우 건설사가 실질적 사업주인 경우가 많다. 감리자가 건설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모순된 구조"라고 언급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지난 2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건축 감리의 독립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그는 "건축사들이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발견해서 지적해도 건설사나 발주처는 위기감 없이 공사기간 지연을 건축사에게 묻기 일쑤"라며 "더욱이 감리 건축사의 이러한 정당한 지적은 눈엣가시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감리 건축사들의 정당한 지적으로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발주처나 시공건설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사 감리자의 공사 중지 권한을 강화하고 중지 명령에 대한 면책 제도가 필요하다"며 "결국 광주 사태와 같은 현장에서의 건축물 부실 설계·시공 방지를 위해서는 공사 감리자의 권한과 책임 강화가 가장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규제 개혁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건축 사업은 특성상 크게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되고 민간은 기업과 개인으로 나뉜다. 이중 개인의 건축 행위에 대한 과대한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며 "개인 건축 행위의 인허가 과정이 불필요한 수준의 규제와 절차로 수개월에서 길게는 연 단위까지 사업 지연이 발생한다. 이면에는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비전공 공무원들의 이해 부족도 한몫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적어도 인허가 부분에 있어서 개인 건축 행위는 건축사의 자기 책임 하에 인허가를 신고 정도로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건설 과정이나 준공 시 발생한 법적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건축사가 지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각종 규제와 법들이 서로 충돌하고 해석이 분분한 경우가 많은데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업무 과다로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축 제도와 법 절차에 대한 최고 전문가인 건축사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 해석의 권위 있는 판정 조직 및 법 제도 추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석정훈 협회장은 올해 초 건축 업계의 최대 현안이던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개정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석 협회장은 "올해 2월 3일 공포된 의무가입 법제화 핵심은 '건축사 윤리 확립'과 '건축물의 품질 향상'이라 할 수 있다"며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고 국민에게 품질 높은 건축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건축사들이 지혜와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간 뿌리 깊었던 여러 건축단체 간 불신과 갈등도 해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축사의 역할과 사명도 당부했다. 그는 "건축사는 건축 전체를 총괄하는 지휘자다. 건축 설계뿐 아니라 공사 전반에 걸쳐 건축물이 생성되고, 유지, 관리, 소멸될 때까지 전 과정의 조정을 맡는다"고 운을 뗐다.
 
석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은 자산이라는 측면에만 초점에 맞춰 공공재라는 부분을 간과한다"며 "건축물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소통케 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건축사는 바로 이 건축문화 유산을 후대에 물려줄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높은 사회적 책임감과 문화적 사명감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협회 최초로 회장 자리를 연임했기에 부담도 상당했다"며 "안으로는 협회와 회원을 위해 봉사하고 밖으로는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건축의 시대정신을 갖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협회장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석사 과정을 수료한 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해 현재 태건축설계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석정훈 협회장은 2015년 서울시건축사회장을 시작으로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국제건축사연맹(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그는 2018년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에 취임해 지난해 협회 55년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4년 2월까지 3년이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지난 2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건축사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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