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딱 한 장면이다. 영화 마지막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제압한 뒤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걸어가는 실루엣. 런칭 포스터 속 이미지로 사용된 장면. 영화 ‘범죄도시2’는 이 한 장면이면 된다. 그 장면을 보기 위해 무려 106분 러닝타임을 달린다. 보통 이런 설명이 붙으면 ‘러닝타임을 견딘다’라 쓴다. 하지만 ‘범죄도시’다. 2017년 개봉해 무려 688만 관객을 끌어 모은 흥행작의 속편이다. 전편 흥행 요인은 ‘딱 필요한 말만 한다’란 스토리 구성 가이드 매커니즘을 철저히 숙지하고 지켰기 때문이다. 이점은 ‘범죄도시’ 초기 기획에서부터 굳건했고 또 지켜야 할 전제 조건이었을 듯하다. 이번 2편 역시 마찬가지다. 나쁜 놈이 있다. 그리고 나쁜 놈이 나쁜 짓을 한다. 경찰이 있다. 경찰은 나쁜 놈을 잡는다. 그게 ‘범죄도시’다. 이번 속편 역시 마찬가지. 다만 전편보다 더 강한 놈이 왔다. 그리고 더 강한 경찰이 등장한다. 그게 차별점이다.
전편 무대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조선족 밀집지역. 서울 금천서 강력반 ‘마석도’(마동석)형사와 팀원들 그리고 전일만 팀장(최귀화). 전편에서 강력반 신참내기로 활동했던 홍석(하준)은 이제 제법 베테랑 느낌이 난다. 열혈 신참 막내 상훈(정재광)이 이제 홍석의 자리를 대신한다. 왕고참 동균(허동원)과 함께 두 사람은 영화 시작부터 우당탕거리는 현장에서 관객들과 마주한다. 가리봉동 편의점 칼부림 현장. 난리통 가운데 익숙한 덩치의 한 남자가 걸어와 간단하게 범인을 제압한다. 그의 무지막지한 펀치 한 방이 작렬한다. ‘괴물 형사’의 귀환. 1편에 이은 2편의 오프닝 역시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본편은 이제부터다. 전일만 반장과 마석도는 관내에서 발생했던 3인조 금고털이범 가운데 한 명이 베트남에서 한국총영사관에 자수했단 첩보를 입수하고 베트남으로 출국해 범죄인 인도 업무를 맡게 됐다. 간단한 업무일 것이란 생각에 두 사람은 관광 겸 베트남으로 출국, 총영사관에서 자수한 범인을 만났다. 하지만 마석도의 촉이 이상하다. 국내에서 밀항으로 베트남으로까지 도망친 관내 골치거리 사건 범인이 갑작스럽게 그리고 이렇게 태연하게 자수를 했을까 싶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1편의 인기 콘셉트 ‘진실의 방’을 소환한다. ‘진실의 방’ 설정에서 범인이 털어 놓은 내용은 의미심장했다. 한국인 범죄자로 보이는 강해상이란 인물이 자신들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 납치를 계획했단 것. 그의 자백으로 전일만 팀장과 마석도는 공범 중 한 명 거주지로 향했지만 이미 사망한 뒤다. 마석도는 다시 총영사관에서 이 범인을 취조, 진짜 숨겨진 내막을 알게 된다. 강해상, 상상을 뛰어 넘는 거물급 범죄자였다. 하지만 마석도는 그 상상조차 상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괴물 형사’다. 마석도가 화났다. “강해상, 진짜 딱 한 번만 더 만나자.”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2’는 속편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이건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프랜차이즈로 기획됐고, 그 과정에서 굵직한 소재와 방식을 제외하면 동어 반복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한 포맷안에 소재와 방식만 교체하는 ‘제작 형태’를 구축했단 뜻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과 흐름이 실제 ‘범죄도시’ 제작진이 끌어 들인 방식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1편과 2편을 관람하면 이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안는단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실상 이런 점은 상업 영화로선 꽤 위험하면서도 안이하고 게으른 방식이다. 그런데 ‘범죄도시’ 프랜차이즈가 앞으로 가져갈 흐름과 그 중심에 버틴 인물이 마동석이라면 얘기는 완벽하게 달라진다. 우선 ‘마동석’이란 배우 하나 만 추가되도 앞서 언급한 ‘범죄도시’ 제작 시스템 흐름도는 가장 안정성이 높은 방식이 된다. ‘마동석’이란 배우가 필수적으로 참여를 한단 전제 조건 아래에서만이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는 1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편에선 더욱 더 마동석의 액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타격 액션. 전편에 비해 수위는 한층 더 높다. 체감력이 높아졌다. 스크린 안쪽에서 때리는 타격음이 귀 바로 옆에서 터지는 느낌이다. 극중 캐릭터들의 고통과 신음 소리가 공감될 정도다. 이 얘기는 다시 설명하면 이런 뜻이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 1편 흥행은 군더더기 없는 ‘직진’이 압권이었다. 이건 앞서 언급한 이런 얘기로 풀어보면 된다. 경찰이 있다. 나쁜 놈이 있다. 나쁜 놈이 나쁜 짓을 한다. 경찰이 그걸 알았다. 이제 경찰은 나쁜 짓을 하는 나쁜 놈을 잡으러 간다. 여기서 경찰은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그의 무지막지한 힘을 앞세운 따귀 액션과 펀치 작렬은 ‘어벤져스’조차 버티기 힘들어 보일 정도. 2편 역시 포맷은 동일. 1편의 ‘장첸’이 2편에선 ‘강해상’으로 자리 바꿈만 했다. 그래서 동어 반복적 느낌일까. 전혀 아니다. 흐름도 비슷하고 포맷도 유사하고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번에도 관객들은 통쾌하다. 박수를 칠 정도다. 이건 ‘범죄도시’가 노린 숨은 타깃이 있기 때문.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는 가장 완벽한 ‘대리만족’에 포커스를 둔다. 마석도는 1편에서도 그리고 이번 2편에서도 전한다. ‘나쁜 놈 잡는 데 이유가 필요 있느냐’라고. 경찰은 나쁜 놈을 그냥 잡으면 된다. 우린 어쩌면 정의가 사라진 시대에 그 정의를 보고 싶어하는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사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마석도에게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런 심리적 불안감 속에 샘솟는 대리 만족 쾌감이 선사하는 끊을 수 없는 중독의 유혹은 아닐까 싶다. 그걸 ‘범죄도시’가 노렸다면 단언하는데 누구도 벗어날 재간은 없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는 프랜차이즈 진화의 포석을 이번 2편으로 증명해 버렸다. 지난 1편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2편 역시 완성도란 측면을 논할 영화는 아니다. ‘범죄도시’ 자체가 기획성이 강한 작품이고, 이런 색깔과 결을 지닌 기획물은 완성도 보단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 어떤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프랜차이즈를 1편 이전부터 기획했단 전제로 출발하자면, 1편은 전체의 오프닝 성격이기에 강렬한 빌런을 등장시켜 임팩트를 줘야 했다.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이런 전체 조건에서 적격이었다. 2편은 모든 게 업그레이드됐다. 장첸을 능가하는 강해상의 존재감도 마찬가지였지만 마석도의 파워도 그만큼 업그레이드됐다. 1편을 통해 관객은 학습했고, 2편에서 관객은 보고 싶은 게 있고 제작진은 그걸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제일 처음 언급한 거대한 실루엣의 마석도. 그 한 장면이 주는 위압감과 통쾌함 그리고 카타르시스.
영화 '범죄도시2'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는 영화가 갖는 여러 재미 중 ‘통쾌함’의 순도가 극단적으로 가장 높다. 그리고 그게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킨다. 이번 2편도 마찬가지. 이런 영화는 ‘범죄도시’ 이전에도 없고 이후로도 없을 것이다. 이것 또한 단언할 수 있다. 오는 18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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