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키워드는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단어만 무려 35차례 언급했다. 다음으로 시민·국민 각각 15번, 세계 13번, 평화 12번, 국제 9번, 민주주의 8번, 위기 8번, 연대 6번이었다. 대선후보 시절 강조했던 상식, 법치, 통합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A4용지 10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통해 새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제시했다. 취임사는 16분가량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시민이 돼야 한다"며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학 입학 당시 부친 윤기중 교수가 선물한 이 책을 읽고 가치관이 형성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양극화와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는 '빠른 성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기술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해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며 경제 성장을 강조한 뒤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공정'이나 '정치'라는 단어는 상대적으로 적게 언급됐다. 갈등을 극복하고 치유할 '통합'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당선 소감을 통해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으나, 이번 취임사에는 생략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라는 단어도 많이 언급했다. '평화'와 '국제'라는 단어에도 무게를 실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책임을 다하고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 펜데믹 위기와 경제난 등을 감안한 듯 '위기'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전 세계는 팬데믹 위기, 교역 질서의 변화와 공급망의 재편, 기후 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또는 몇몇 나라만 참여해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책임을 부여받게 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대북 문제와 관련해 "핵개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대신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여야는 윤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며 "자유와 공정의 가치의 소중함을 말했다"고 취임사를 재언급했다. 김형동 수석부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과 국가만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법치와 정의의 가치를 지키고, 튼튼한 안보 속에서 모든 국민이 꿈을 실현하는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5년 만에 다시 야당이 된 민주당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 국민의 삶을 내리누르는 위기를 헤쳐나갈 구체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혹평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은 형용사로 남았고, '상식'은 취임사에서 사라졌다는 점도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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