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40년 지기"→"비판보다 검증이 우선"→"부정의 팩트가 있어야""→"40년 지기는 잘못된 표현"
'조국 시즌2'의 길을 걷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은 이렇게 변했다. '방패로 쓰다가 버린다'는 냉담한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인수위는 의혹 초기만 해도 '검증 우선'을 강조하며 정 후보자를 안고 갔지만, 이제는 '40년 지기'라는 표현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변화된 발언에서 감지할 수 있듯 정 후보자에 대한 정리 수순으로 돌입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 후보자 자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조국 사태마저 연상시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 가치를 흔들자,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9일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40년 지기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40년 지기라는 표현이 여러 곳에서 인용되는 것을 봤는데, 두 분은 서울과 대구에서 각자 학창시절을 보냈고 검사와 의사로 활동해온 분들"이라며 "정 후보자도 '지기'라는 표현이 민망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의 오랜 친분으로 정 후보자에 대해 부실검증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 후보자 하마평에조차 오르지 않았다. 깜짝 발탁에 가까운 지명을 두고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인연이 조명됐다. 두 사람은 1960년생 동갑내기다. '친구의 친구'로 알던 두 사람은 윤 당선인이 1994년 대구지검 초임 검사로 부임한 후 가깝게 지내며 인연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 측은 지난 10일 1차 내각 인선 발표 당시 "오랜 인연도 있지만, 대구에 코로나가 덮친 이후 정 후보자가 보인 리더십과 대응 능력을 윤 당선인이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명 이틀 만에 정 후보자에 대한 자격 시비가 붙었다. 과거 칼럼에서 "결혼이 애국",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 등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쏟아낸 게 뒤늦게 부각되면서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졌다. 아들의 병역 판정을 둘러싼 의혹도 추가됐다. 조국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 속에 '공정'을 기치로 당선된 윤 당선인의 부담은 커졌다.
윤 당선인 측은 이 때만 해도 "후보자의 소명을 기다려 달라", "후보자가 매우 떳떳한 입장"(15일, 배현진 대변인)이라고 적극 엄호했다. 여야 대치 전선이 형성되자,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맏형격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판보다 검증이 우선해야 한다"며 제기된 의혹들을 '비판'으로 치부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설정하고 총공세에 돌입했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교육위 의원들은 현장조사차 경북대병원을 찾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라고 압박했다. "40년 지기에게 우정이 아니라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라", "후보는 '친구찬스', 자녀는 '아빠찬스'"(박홍근 원내대표)라는 비판도 쏟아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주말인 17일 인수위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었다. 이날 오후 정 후보자의 소명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던 차였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정 후보자 기자회견에 앞서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윤 당선인의 입장을 전했다. 조국 사태와는 사례가 다르다고도 했다. 의혹에 대한 명명백백한 검증을 이유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끌고 갈 의지도 분명히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8일 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기자들 지적에 "조국, 조국 그러는데 진짜 조국 문제하고 이거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 무엇이 같냐"며 언론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정의 팩트가 뭐가 있나. 적어도 입시 문제랑 병역 문제에 있어서 팩트가 밝혀진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고 윤 당선인과 똑같이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꿈틀대던 자신사퇴 촉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나서서 정리했다. 당의 입장을 조율하겠다던 이준석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개인적 의견은 없는 상태"라며 "인수위에서 인사 검증을 할 걸로 보고, 인수위에서 해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책임을 인수위로 떠넘긴 채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럼에도 하태경 의원과 김용태 최고위원 등 소장파와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졌다가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입시와 병역이라는 휘발성 강한 이슈가 여론을 흔들자 퇴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방위로 퍼졌다. 그러자 윤 당선인 측도 '40년 지기'를 잘못된 표현으로 규정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아직은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과 이에 대한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인수위와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손절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략적으로 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까지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가 조기 사퇴할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초반부터 밀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내각 중심으로 연쇄 검증이 퍼지지 않도록 정 후보자가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도 더해졌다. 실제 민주당과 언론의 검증 잣대는 정 후보자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다른 후보자들로서는 시선 분산과 함께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정 후보자가 해주고 있는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태와 판박이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며 "정 후보자 문제를 끌면서 방패막이를 삼고, 여론이 악화할 경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후보자에 대해서 언론과 국민이 제기해 주시는 의혹과 궁금증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저희 스스로가 어떤 후보자에게 특정하게 포커스를 맞출 힘은 없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던 당시(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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