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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퇴직연금기금 시동①)영세 사업주 참여 '관건'…"포트폴리오 다각화해야"
"30일 이하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 가능"
자금 융통 어려움 겪는 중소·영세 사업주가 관건
"원리금보장상품 일변도 고민…제도 실효성 높여야"
2022-04-18 06:00:00 2022-04-18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중기퇴직연금)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30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에 대한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해당 제도가 퇴직연금의 선진화 기틀을 닦고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사회 복지를 증진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중기퇴직연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운용 등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상시 근로자 3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근로자 퇴직금을 준비할 수 있는 ‘공동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중기퇴직연금 제도는 노동자가 추후 퇴직금으로 받을 돈을 기금화해 공단이 전문적으로 운용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도 적정한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중소퇴직연금은 기존 퇴직연금과 같이 사업주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근로자는 연 18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부담금을 납부하면 된다.
 
정부는 2020년 기준 24%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10년 안에 두 배 가까운 44%까지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월 230만원 미만의 저소득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대해 부담금의 10%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는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며 "10년 후 76만개 사업장이 이 제도를 도입해 30인 이하 기업 퇴직연금 도입률을 44%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중기퇴직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한 난관도 적지 않다. 중소·영세 사업주의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할 획기적 방안 마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도입이 올바른 방향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입을 얼마나 유도하는 지가 관건"이라며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영세 사업주라면 자금 융통 측면에서도 퇴직연금 가입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중소퇴직연금 도입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 보니 구태여 먼저 가입에 나설 이유가 없다. 공단이 운영하는 상황을 봐가며 가입 여부를 판단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리금보장형 타입의 경우가 문제인데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선호할 만한 연금 상품이 요구된다"고 귀띔했다.
 
특히 중장기적 측면에서 선진화된 국내 연금 복지 시스템 정착을 위한 상품 포트폴리오의 현대화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맞지만, 인력 확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근로 복지를 향상시키는 중소퇴직연금 제도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정부나 공단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퇴직연금이 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편중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유자본주의를 도입한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하고 디지털 전환, 산업 성장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 사업주들과 근로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17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상시 근로자 3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근로자 퇴직금을 준비할 수 있는 ‘공동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한 공업사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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