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다음 달 출범을 앞둔 윤석열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소형모듈원전(SMR)이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업계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날 탄소중립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의 조화 등을 바탕에 둔 탄소중립 에너지 믹스 구성,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SMR을 통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SMR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으면서 초기 투자비가 낮고, 수소와 암모니아 등 그린 에너지 생산과 연계 운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원자력 전략 비전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SK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테라파워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들여 와이오밍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SMR을 건설해 2030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은 해상부유식 SMR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해 10월 SMR 등에 10억유로(약 1조3365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영국도 그해 11월 SMR 개발·상용화와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3억8500만파운드(약 6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오는 2028년까지 동시베리아 야쿠티아 지역에 육상 SMR을 건설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이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해 진행하는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국내 기업들도 SMR을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034020)은 지난 2월 1조1477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쓰고, 1449억원을 2026년까지 SMR 제작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대형 가스터빈과 수소터빈(3209억원), 풍력 차세대 모델 개발(1980억원)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업계에서는 SMR에 대한 두산중공업의 투자 총액이 1449억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기조를 세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중공업 부문 영업이익이 2018년 2054억원을 기록하다 2020년 5446억원 적자를 냈다.
해외에서 원전 사업을 이어온 두산중공업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해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첫 SMR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쯤 공사가 시작되면 두산중공업의 주요 기자재가 일부 활용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2035년까지 연평균 시장 규모 7조원이 예상되는 SMR 주기기 시장에서 25%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SMR 투자에 한창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덴마크 시보그사와 SMR의 일종인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 기술협력 MOU를 맺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선박 추진연료로서의 용융염냉각형(MSR) SMR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공업계에서는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도 SMR 지원이 구체화하기 전이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대감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관련 정책이 정부나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만들어지므로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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