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석열-박근혜 회동 초읽기…관계설정 따라 보수민심도 요동
윤 당선인 취임식 초청에 박 전 대통령 화답할까…사면 이후 의례적 당선 축하도 없어
2022-04-11 17:28:29 2022-04-13 17:35:06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기나긴 악연의 끈을 자를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만난다. 윤 당선인은 12일 박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대구 달성을 찾는다. 표면적으로나마 두 사람이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할 지, 냉랭한 기류를 이어갈 지에 따라 보수민심도 일정 부분 요동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선 두 사람의 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을 모은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11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대화 내용이나 의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당선인이 오면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하는 만큼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만남 이후 권영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브리핑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간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예방 질문이 나올 때마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한껏 예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이 퇴원했을 때는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을 보내 축하난을 전달하며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퇴원 후 달성 사저에 입주할 때까지 윤 당선인에 대한 의례적인 당선 축하 메시지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윤 당선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해 자신을 곤경에 밀어넣었고, 이후 적폐청산 공로로 검찰총장에까지 오른 인물을 보수정당의 대통령 당선인으로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불편한 그림이었다. 
 
따지고 보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악연의 연속이었다. 윤 당선인이 2013년 국정원 댓글조사 사건 외압을 국회에서 폭로하자, 박근혜정권은 윤 당선인을 좌천시켰다.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당선인의 말은 그를 일약 불의의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로 만들었다. 한직을 떠돌던 윤 당선인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복귀, 박 전 대통령과 맞섰다. 검찰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중용된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낸 두 번의 형 집행정지도 거부했다. 
 
이런 두 사람이 구원을 풀지는 미지수다. 다만 표면적으로마나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윤 당선인의 정치적 행보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1차적으로는 보수정당이 배출한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정체성 문제와 직결된다. 그가 내건 국정운영 기조인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은 필수다. 윤 당선인이 이런 고민 끝에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취임식 초청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행 조건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인수위 제공)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 초청"…변수는 윤 당선인과의 회동 결과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에서 "통상적인 회동이라고 한다면 5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의미와 국민 통합과 화합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로 참석을 정중히 요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회동)결과에 따라서 취임준비위원회에서는 정중한 예의로 초청 절차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참할 경우 플랜B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정에 대해 말씀을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통령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도자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국민이 축하해야 할 자리이기 때문에 (취임식에)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또 "어쨌든 지나간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 된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만나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국민에게 안도감과 통합이란 부분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중재에 나섰다.
 
관건은 박 전 대통령이 고집스런 성정을 꺾느냐에 있다. 그는 신년 특사 이후 윤 당선인을 향한 어떠한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 변호사에 대한 공개지지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TK, 보수층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시험대에 올려놨을 뿐이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적어도 대구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의사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유 변호사는 "현실정치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그건 대국민 약속이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 당선인이 이번 예방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포함한 보수지지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20대 대선에서 TK는 윤 당선인의 경쟁자인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21.60%)에게 이례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밀어넣은 윤 당선인에 대한 반감과 동시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정부 하에서 친박계를 이끌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전력도 소환되고 있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생결단 식으로 맞붙었다. 경선에서 패한 박 후보는 2008년 4월 공천에서 대거 학살 당한 친박계에 "살아서 돌아오라"는 공개 메시지를 던졌고 이는 친박 열풍으로 이어졌다. 사상 유례없는 친박연대라는 정당까지 등장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사사건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립하며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당시 한나라당 최대 계파였던 친박계 수장인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대구를 비롯한 TK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설정을 두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의 구원이 너무 오래됐고 워낙 강도가 세기 때문에 구원을 풀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권 출범 초기에 전·현직 대통령이 만나 통합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