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술 판매 논란①)주류 소비시장 급변…"동상이몽"
홈술족 영향에 편의점·배달·무인 판매기 주류 수요 활활
소비 변화 속 주류업계 온라인 판매 '환영', 유통업계는 난색
2022-04-06 08:00:00 2022-04-06 08:00:00
서울 시내 한 CU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수제맥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코로나19 확산세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이 주류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홈술족을 공략하기 위해 주류 배달, 무인 판매기까지 등장해 주류 소비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소비 시장이 변화하는 만큼 주류업계는 주류 온라인 판매를 원하고 있지만 이를 주류를 취급·판매하는 유통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GS25는 주류 특화형 플래그십 스토어 ‘GS25전주본점’을 열었다. 5대 샤또 포함 와인 600여종, 양주 300여종, 기타 주류 100여종 등 주류 1000여종으로 매장 3분의 1을 채운 것이 특징이다. GS25는 와인25플러스의 주문 서비스를 활성화해 주류 특화형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편의점 CU는 와인 전문 유튜버 ‘와인킹’과 협업해 기획한 와인 세트를 시즌1(17종)과 시즌2(10종) 연달아 선보였다. 이들 상품에는 와인 기본 정보, 보관 방법, 잘 어울리는 페어링 푸드 등이 포함됐다. 세븐일레븐은 와인 수요 증가에 지난해 말 4500개점이었던 와인 특화 매장을 올해 6100개점까지 늘린다.
 
편의점이 주류 판매 사업에 힘을 주는 까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족이 증가하면서 주류 수요까지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중 월 1회 이상 주류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선호 소비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편의점 구입이 67.4%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홈술이 48%로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중심의 홈술족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에는 주류 배달, 무인 판매기까지 등장하면서 주류 소비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의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지난달 30일부터 주류 배달에 나섰다.
 
그간 배달 음식 주문 시 소주, 맥주 등을 함께 주문할 수 없었지만 주문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배달앱 가운데 주류 배달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먼저 시작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16년 음식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주류 주문이 가능하도록 ‘주류 양도·양수 방법에 대한 고시’ 제11조를 개정한 바 있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서 한 시민이 AI 무인 주류 판매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류 무인 판매기도 등장했다. 최근 국내 편의점업계는 일부 점포에 주류 무인 판매기를 설치했다. 지난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일정 조건을 갖춘 소매점에서 무인 판매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주류 판매기의 매출은 도입 초기보다 25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입 점포의 전체 주류 매출에서 주류 자판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4.8%에서 11.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마트24도 냉장고에서 주류를 꺼내고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AI 무인 주류 판매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주류 소비 시장이 급변하면서 주류업계는 주류 온라인 판매까지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류 온라인 판매는 주류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특히 유통 채널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수제맥주 업계를 중심으로 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달 말 주류 온라인 판매 관련 업계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어 업계 의견을 들었다. 반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주류 온라인 판매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경우 매출에 악영향을 주는 데에다가 집객을 위한 하나의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주류가 매출의 50% 차지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주류 온라인 판매가 청소년 보호를 비롯해 중소 슈퍼들의 상권 보호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차원에서 신중하게 논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온라인 판매는 청소년 보호, 슈퍼·편의점 등 골목 상권 보호, 유통체계 변화에 따른 유통 질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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