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레미콘 공장에 운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발 수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자재 대란' 위기감이 건설업계를 덮치고 있다. 수급 문제로 건설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고, 전문건설업체들의 공사비 인상 요구 등으로 원도급사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과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건설투자 회복 제약의 요인, 건설자재 가격 급등 원인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건설자재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8.5% 올랐다.
1년 동안 10% 이상 가격이 급등한 건설자재 품목수 비중도 지난 2020년 말 8.9%에서 올해 초 63.4%로 대폭 확대됐다.
박상우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건설자재 가격 급등에 대해 "글로벌 원자재가격 상승, 일부 자재 공급 부족, 수요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공급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최근 오른 건설자재 가격에서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이 5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을 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1월 배럴당 52.10달러에서 이달 108.88달러까지 치솟았다.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동북아 CFR 기준)은 지난 1월 톤당 158.86달러에서 이달 294.56달러로, 지난 14일 철스크랩은 1년 전 42만5000원에서 톤당 69만4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자재 가격은 더 뛰었다. 여기에 전문건설업계의 공사비 인상 요구까지 맞물려 종합건설사는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전문 업체들은 각 현장 또는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연합회는 공사비 증액에 소극적이거나 비협조적인 시공사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회원사들에게 배포했다.
자료를 모아 내달 추가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기존 하도급 계약금액에서 평균 20% 인상을 요구하며 '셧다운'에 나선 바 있다. 현장이 멈추자 시공사들이 협상 의사를 타진했고 각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시 일부 현장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김학노 서울경기인천연합회 대표는 "협상에 적극적인 회사도 있지만 의지가 없는 곳도 있다"며 "현장마다 다르지만 매달 공사 진행률에 따라 정산할 때 가격 등 변동사항을 반영하기도 해 전국 현황을 집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를 거쳐 추후 공동 대응에 나서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수급 불안은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공사비 인상으로 원도급사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피해 보전은 발주자와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28일 "건설공사가 본격 시행되지 않는 3월에도 대부분의 걸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자재수급 대란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협회는 "이번 자재대란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여파를 가늠하기 조차 어렵고 조기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태로 4월 이후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면 건설업체는 신규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협회는 자재 수급불안에 따른 대책으로 △공공·민간 공사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 △조달청 시설자재가격 수시 조정 △한시적 세제 감면 △정부와 업계 관계자 등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재 가격은 끝없이 오르는데 공사비가 이대로 유지되면 손해가 막심하다"며 "안전 이슈로 예민한 상황에서 공기를 앞당겨 손해를 메꿀 수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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