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최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만찬회동을 갖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예산 협조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8시50분까지 171분간 회동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가장 오랜 대화였다.
과정은 험난했다. 두 사람 회동은 대선 이후 19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 중 가장 늦었다. 당초 두 사람은 지난 16일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회동을 불과 4시간여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공석인 감사위원 선임 등 인사권 행사의 주체를 놓고 양측이 의제 조율에 실패하면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도 양측이 부딪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협상 채널로 나섰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신구 권력 충돌로 비화되며 여론의 부담을 느낀 두 사람은 이날 만찬을 함께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만찬 회동이 끝난 직후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 생각하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해 청와대에서 협조키로 했다면 예비비 상정 안건이 국무회의에 올라가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고, 지금 정부는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 내용을 공유해서 문 대통령이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은 안 됐고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고 했다"며 "추가적으로 실무적 논의에 대해선 저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실보상으로 50조원 등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데, 예산의 규모는 이야기가 안 됐고 청와대가 할 수 있는 한 실무적 협의를 계속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의 걸림돌이었던 인사권 문제에 대해선 "인사 문제 관련은 이철희 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안보 문제에 대해선 "국가의 안보 관련된 문제를 정권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 치의 누수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진실공방으로 치달았던 한국은행 총재 지명이나 감사원 인사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오늘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라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앞으로 문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인사 문제에 대해서 이철희 수석과 장제원 실장께서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잘 의논해 주기 바란다'고 말씀하셨고, 당선인께서도 '장 실장과 이 수석이 잘 협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오늘 사면 문제에 대해 일체 거론이 없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나중에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계획인지에 대해선 "오늘은 의제 없이 흉금을 털어놓고 만난다고 공지했는데 오늘 의제에 대해선 윤 당선인이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전혀 모르고 들어갔다"며 "오늘은 사면을 일절 권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언급도 "전혀 안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특검과 적폐청산의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승진한 후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호흡을 맞췄던 조 전 장관과 대립하면서 여권과 척을 지게 됐다. 이는 대선 출마의 명분이 됐고, 결국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꺾고 신승했다.
이날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 속에 진행됐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장 실장은 "두 분이 서로 너무 존중하는 느낌이었고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의 인수인계를 정말 원활히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두 분이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회동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언론이나 국민이 걱정하는 갈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날 만찬이 길어진 배경에 대해선 "오늘 만남이 왜 길어졌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두 분이 의견이 다름이 없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노력하자라고 말씀을 서로 나눈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역대 회동보다 늦게 만남이 성사된 데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단독회동은 없었고, 장 실장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한 채 4인 회동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과거에도 청와대에서 서너 차례 만난 적이 있었고, 그런 과거를 소회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장 실장은 "토리 얘기도(나눴다), 반려견이 이름 같은데 그런 이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회동에 따른 합의문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상춘재 만찬장에 입장해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덕담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된 건 계승하고 미진한 건 개선하겠다. 초대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장 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회동에서 흉금을 털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반주를 한두 잔 했다. 윤 당선인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활용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헤어지면서 넥타이를 선물하면서 "도울 건 돕겠다"고 했고,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라"고 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6월22일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면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문재인정부 검찰총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았다.
임유진·최병호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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