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공채 없는 세상, 그들이 살아남는 법
2022-03-24 15:17:32 2022-03-24 15:17:3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MBC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어 SBS, 그리고 마지막 보루였던 KBS 2TV 공개 코미디 개그콘서트까지 폐지가 됐다. 이로 인해 지상파 3사의 개그맨들이 더 이상 설 무대가 없어졌다. 일부 개그맨들은 tvN 공개 코미디 코미디빅리그에 몸을 의탁했다. 일부 개그맨들은 유튜브 채널로 눈을 돌렸다.
 
유재석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연말 시상식 등을 통해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다시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에 KBS는 지난해 11개승자프로그램을 신설해 지난 12일까지 방송을 했다. 대한민국 대표 희극인들의 코미디 서바이벌을 표방해 초반 인기를 끌었지만 화제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아쉬운 성적표로 마무리를 했다.
 
그간 개그맨들의 설 자리가 없다는 점만 조명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조명이 비추지 않은 어두운 곳에는 개그맨 지망생들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개그맨 지망생들의 막막함을 알아 주지 않는다.
 
공개 코미디 전성기 시절, 개그맨 공채 시험 응시자가 3천명을 넘을 정도였다. ‘개그콘서트만 남고 다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가 되면서 응시자 수는 600여 명으로 줄었다. MBC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어 SBS, 그리고 마지막 보루였던 KBS 2TV 공개 코미디 개그콘서트까지 폐지가 되면서 사실상 개그맨 공채 시험이 사라진 셈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사진=SBS)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코미디 빅리그에서 신인 개그맨을 등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공개 채용이 아닌 비공개 채용이라는 사실이다. ‘코미디 빅리그는 일부 극단을 선별해 오디션을 보는 방식으로 신인 개그맨을 뽑고 있다. , 방송에 출연이 가능한 신인 개그맨이 되기 위해서는 극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코미디 빅리그의 비공개 채용에 대한 정보 자체를 접근할 수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개그맨 공채 시험이 사라진 것이 장기적으로 방송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예능에 적합한 신선한 얼굴을 손쉽게 발굴할 수 있는 게 공채 개그맨이었다. 지금은 신선한 얼굴을 발굴하기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예능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개그맨들이 많았다. 새로운 얼굴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왔다. 신인 개그맨들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게 되면서 세대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 버라이어티 쇼 중심의 예능이 쿡방, 먹방 예능을 거쳐 관찰 예능으로 판도가 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대 교체로 인해 방송에 뜸했던 얼굴이 최근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개그맨이 아닌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운 얼굴은 스포츠 스타들이 차지하고 있다. 은퇴를 한 스포츠 스타들을 적극 기용하면서 박세리, 허재, 이동국, 여홍철, 김병현 등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드러지는 현상이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결국 과거 신인 개그맨들로 채워졌던 예능 프로그램은 스포츠 스타, 심지어 화제가 된 인플루언서 등의 등용문이 되어 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개그 지망생들은 유튜브 등으로 몰리고 있다.
 
피식대학 한마음산악회.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한마음산악회 캡처)
 
중요한 점은 방송가는 여전히 개그맨들의 유행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진행 중인 콘텐츠 한사랑산악회의 유행어 열정 열정 열정은 어느 순간 유튜브에서 방송가로 유입됐다. 또한 쿨제이, 최준 등 역시 피식대학에서 시작된 유행이 방송가로 전이된 케이스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타면 잠시 잠깐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로 초대되는 정도에 그친다.
 
그렇기에 공개 코미디 폐지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다. 공채 개그맨들이 없어진 것이고, 방송가의 코미디의 맥이 잘려 나간 것이고 나아가 미래의 유재석과 같은 국민MC, 예능을 이끌 개그맨 출신 방송인들의 등용문을 비좁게 만든 것이다.  
 
개그콘서트. (사진=K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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